
시멘트·레미콘업계가 콘크리트의 염화물 함량을 엄격히 규정한 국내 환경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콘크리트 주원료인 시멘트를 제조할 때 화석연료인 유연탄 대신 가연성 순환자원을 쓰려면 여기에 들어 있는 염화물 관련 규제를 미국이나 유럽 수준으로 완화해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서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시멘트·콘크리트 염화물 기준 개선 필요성과 방향성 포럼’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시멘트협회가 주관하고 세라믹기술원, 콘크리트학회,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이 후원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송훈 한국세라믹기술원 센터장은 “건축물이 고층화하고 대형화하면서 시멘트 함량을 높인 고강도 콘크리트 사용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콘크리트 염화물 기준은 시멘트업계가 가연성 순환자원 사용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가열할 때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같은 가연성 순환자원을 쓰고 있는데, 이런 시멘트가 들어간 콘크리트의 염화물이 한국산업표준(KS) 기준치를 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엽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책임연구원은 “콘크리트의 염화물 함유량이 KS 기준을 초과하는 주된 요인은 콘크리트 염화물의 73%를 차지하는 시멘트 때문”이라며 “현재 시멘트에 대한 염화물 제한 규정이 제대로 없어 시멘트를 받아 쓰는 레미콘업계만 콘크리트 염화물 초과로 출하 정지나 행정 처분을 받는 등 과도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제 발표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1㎥당 염화물 총량을 0.3㎏으로 제한하는 ‘일본식 총량제’에서 시멘트 투입량에 따라 염화물량 비율을 제한하는 ‘유럽식 종량제’로 완화하자는 내용이 논의됐다. 김진만 공주대 교수는 “유럽연합(EU)처럼 시멘트 투입량에 따라 염화물량 비율을 제한하는 종량제를 적용하고 단위 결합재인 콘크리트당 염화물 비율을 0.15% 이하로 개정하면 콘크리트 1㎥에 쓰이는 시멘트 300~400㎏당 염화물이 0.45~0.6㎏이 돼 KS 품질 기준의 1.5~2배가량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일부 반론도 있었다. 콘크리트 KS 기준을 심사하는 김상철 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염화물로 인한 철근 부식 문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염화물 양이 얼마로 늘든 철근 부식을 촉진하는 쪽으로 바뀐다면 국민 반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럼을 주최한 엄 의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염화물 기준을 완화해 종량제로 운영하는 만큼 시멘트업계가 이를 벤치마킹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시멘트업계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은정진/박진우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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