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유심 무상 교체 첫날인 28일, 서울 종로의 한 T월드 매장은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줄로 북새통을 이뤘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70대 최모씨는 “자녀에게 연락받고 아침 일찍부터 나왔는데 벌써 두 시간째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50대 백모씨는 “T월드 앱에서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몰린 탓인지 잘 안돼 매장으로 나왔다”며 “은행, 증권사 계좌가 다 핸드폰 번호와 연계돼 있어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이날 준비된 수량이 모두 소진돼 줄 한가운데서 순서가 끊기자 고객끼리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광화문 앞 SK텔레콤 대리점에는 오전 9시부터 100명 넘는 대기 인파가 몰려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30대 박모씨는 기자에게 휴대폰을 보여줬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자동 접속됩니다’라는 안내 문구 밑에 뜬 ‘예상 대기시간 171시간26분18초’를 가리키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오는 5월 연휴에 해외로 가족과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로밍과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말에 분통이 안 터지겠냐”고 했다. 그는 이날 유심을 교체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일각에선 SK텔레콤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장이 나서 유심 무상 교체 카드를 꺼냈지만,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을 전혀 예상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SK텔레콤 대리점에 따르면 고객 한 명의 유심을 새로 교체하고 저장된 정보를 옮기는 데 10~15분이 든다. 이 속도라면 모든 대상자가 유심을 교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2~3개월이 걸린다.
로밍 서비스 이용 등의 이유로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지 못하더라도 복제폰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게 SK텔레콤의 주장이다.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으로 휴대폰 복제 시도를 대부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기 변경 시도 횟수, 기지국 통신 신호로 판별할 수 있는 단말기의 위치, 시간 등 다양한 조건을 FDS 시스템이 추적해 상당수 이상 접속 시도를 막을 수 있다”며 “여기에 유심 보호 서비스까지 가입한다면 이상 시도를 100% 차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국내 1위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안 시스템의 취약점이 드러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사이에선 “SK텔레콤을 이용한 이유가 튼튼한 보안 때문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셈”이라며 “KT, LG유플러스로의 이동을 고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최지희/김유진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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