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세계 2위 담수처리 사업인 워터솔루션 부문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올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강조한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알짜 사업을 잇따라 매각해 선제적으로 ‘현금 방파제’를 쌓겠다는 것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워터솔루션 사업은 지난해 매출 25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650억원을 올렸다. 해외에선 중동을 중심으로 LG화학 대신 LG워터솔루션이란 독자적 브랜드로 판매망을 구축했다. 이집트, 이스라엘 등 해외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가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냉각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다 전기차·배터리 내 수산화리튬 추출에도 쓰이면서 매출처가 다양해졌다.
2023년 LG화학은 약 1200억원을 투입해 청주 3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이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본업인 석유화학 분야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선제적으로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는 데 역량을 최우선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수년째 진행 중인 석유화학(NCC) 사업 지분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재계에선 SK그룹에서 시작된 리밸런싱 기조가 LG그룹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 회장은 올해 3월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각 계열사도 선제적인 현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워터솔루션 사업 외에도 몸값이 5000억원대로 평가되는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분리막 사업 투자 유치 등 추가적인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을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중단하고 매각 등 회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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