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30일 11: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소형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상장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몸집이 작은 스팩이 증시에 입성할 경우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팩 시장도 본격적인 ‘몸집 경쟁’ 시대에 들어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주요 증권사에 "시장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스팩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워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통보 형식은 아니었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상장을 준비 중이던 키움히어로제1호스팩은 이달 중순 자진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예정 시가총액 70억원 수준인 소형 스팩이다.
거래소의 이번 요청은 지난 1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발맞춘 조치로 해석됐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기존 40억원이던 하한선은 2026년 150억원,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순차적으로 상향된다.
통상 스팩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은 자신의 시가총액 대비 10~20% 수준인 스팩과 짝을 이룬다. 시총 100억원 규모의 스팩과 합병하는 기업의 상장 시총은 500억~10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되는 구조다.
시총 60억~80억 원짜리 소형 스팩이라면 합병기업의 상장 직후 기준 시총이 300억~400억원에 불과하게 된다. 상장 후 주가가 조금만 하락해도 시총이 300억원 밑으로 떨어져 곧장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될 수 있다. 스팩합병 기업의 경우 실제로 합병 직후 주가가 하락해 시총이 급감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거래소가 덩치가 작은 스팩의 신규 상장이 이뤄질수록 오히려 퇴출 위험 기업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실제로 2023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총 36곳이다. 이 중 8곳의 시총이 3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을 고려하면 스팩합병 상장사의 20%가 상장 3년도 채 안 돼 퇴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셈이다.
IB업계에선 시총 100억원 미만 스팩은 사실상 신규 상장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의 요구가 공식 규정은 아니지만 실제 심사에선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스팩 시장의 지형도 흔들릴 수 있다. 지금까지는 100억 원 미만 소형 스팩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소형 스팩에 집중해온 중소형 증권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는 대부분 시총 100억원 중반대 규모의 스팩을 상장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반면 중소형사는 자금력 한계로 100억원 미만의 스팩을 주로 활용해 왔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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