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일 국무총리직을 내려놓으면서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경제와 안보 위기를 언급하며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준비한 원고를 9분여간 읽은 뒤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대한민국은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 온 나라인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졌다”며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한 권한대행은 사퇴를 놓고 고민이 컸다고도 했다. 그는 “그동안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다”며 “국가를 위해 제가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2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무소속으로 출마해 세를 불린 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여론조사 등을 통한 ‘원샷 경선’으로 단일화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검토된다.
국민의힘 등 옛여권에서는 이르면 대선 홍보물 발송 마감일인 오는 7일 이전, 늦어도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를 마치는 것이 좋다고 보고 있다. 최종 후보가 ‘기호 2번’을 받고 국민의힘과 함께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어서다.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다만 국민의힘 경선을 치르고 있는 김문수·한동훈 후보 모두 추대 형식의 단일화는 없다고 공언한 만큼 룰 협상 등에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5일이 2차 데드라인으로 여겨진다.
보수와 진보 정부에서 주요 직책에 오른 만큼 정치적 색채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자 줄탄핵, 무리한 법안 통과 등을 경험하면서 정치적으로 각성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권한대행이 대선 국면에 뛰어들면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강점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 이해도가 높고, 주미대사 등을 지내 미국 등에 인맥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 경험 부족은 넘어야 할 산이다. 윤석열 정부의 유일한 국무총리인 데다 친윤(친윤석열)계 국회의원들이 주로 한 권한대행 출마를 지지하면서 ‘윤석열 시즌 2’ 논란이 따라붙을 수 있는 점도 확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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