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는 돈(보험료)도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올리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한 달 하고도 열흘이 더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적지 않은 2030 청년들이 개혁안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일각에선 이들의 분노를 “왜 중장년층만 돈을 더 받아가나요”라는, 일차원적인 수준의 이기적인 외침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30의 목소리는, 정확하게는 중장년층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그 자체에 대한 질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청년층의 목소리가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의사결정 방식의 근본적인 한계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2030 청년들의 첫번째 질문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지금 25살 청년은 40년 뒤, 즉 2065년부터 연금을 받게 됩니다. 현재의 개혁안에 따르면 이미 기금이 고갈된 뒤입니다.
다시 말해, 보험료율 추가 인상이나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지금의 2030 청년들은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됐을 때 실제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자동조정장치 등의 도입 및 구조개혁이 필수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나 성장률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하며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가 있어야 고갈을 늦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는 표 이탈 우려로 구조개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동조정장치의 취지를 고려하면 받는 추후 연금액이 어느정도 깎이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구조개혁의 ‘구’ 자도 꺼내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처음 개혁을 설계할 때 ‘더 내고 더 받는’ 게 아니라, ‘더 내고 내는 만큼 받는’ 안을 고려했던 겁니다. 2064년이면 내가 아무것도 받을 게 없는데 왜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금 내야 하냐는 청년들의 말은 일리가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적립식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죠. 낸 만큼 적립했다가 나중에 돌려주자는 겁니다. DB형(확정급여형)에서 DC형(확정기여형)으로 바꾸자는 건데 이건 구조개혁이죠. 그리고 부채도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도 구조개혁입니다. 지금 내는 돈 자체가 지급하는 연금에 비해 낮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부채는 쌓여요.
이 모든 것을 다 하자니 시간이 촉박하고 쟁점도 많으니 우선 급한 보험료율부터 올리는 데 합의한 겁니다. 그게 지난 3월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이죠.
-보건복지부 관계자

정치권에서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3월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 등 3040 의원들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젊은 의원들이, 그것도 초당적으로 목소리를 내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안에 대해 “나는 반대한다”고 밝히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닙니다.
이들은 내년부터 연금소득세를 국민연금에 적립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기성세대가 연금을 받을 때 내는 세금 일부를 기금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방안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금특위에서 이러한 논의들이 전면에서 다뤄지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젊은 정치인들이 부상하고 있는 시점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 구조에서 주목받기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연금특위에서도 청년들이 연금 개혁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30대 초중반에 들어선 1991~1996년 생들은 매년 출생아가 70만 명을 웃돈 ‘제2차 에코붐 세대’로 불립니다. 그리고 지난해 연간 태어난 출생아 수는 23만명입니다.
지금은 70만명이 90만~100만을 부양하는 시대지만, 이들이 노인이 됐을 때는 20만명이 70만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올해 모수개혁을 이뤄낸 것은 일보 진전이라는 데 정부 안팎에서도 이견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연금특위에서 어떤 내용이 추가로 논의될 것이냐 하는겁니다. 청년들이 던지는 물음표를 곱씹어보면 이번 모수개혁은 국민개혁의 첫 단추일 뿐입니다.
복지부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세대별 총연금수급액’ 자료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도입시 현재 20세 가입자의 연금수급비율이 30세 이상보다 덜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6년부터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면 2006년생의 총수급액은 2억6787만원으로 14.9% 줄어들고 1976년생은 약 16.3% 줄어듭니다.
지난달 연금특위 전체회의는 8일, 30일 두 번 열렸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는 별개로 연금특위가 자동조정장치 등 구조개혁을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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