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홍콩 등은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이모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매달 6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는다. 이 나라엔 최저임금제도가 없다. 홍콩은 입주형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데 월 80만원 정도가 하한선이다.
한국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과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이다. 국적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지켜야 한다. 근로기준법도 국적을 기준으로 대우를 달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안팎의 비용을 지급하는 필리핀 이모님, 최저임금 예외 적용을 받는 주한 외국인 가사사용인 등이 육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비싼 시급, 제한된 인력 수요 등 한계가 뚜렷하다. 문제를 풀려면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국적에 따른 임금차별을 금지하는 ILO의 111호 협약을 탈퇴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국제기구의 자율 규범은 점점 구속력을 잃어가고 있다. 주요 선진국도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협약을 탈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약속인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취임 첫날 서명한 것이 단적인 예다. 국내법과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국적뿐 아니라 업종이나 지역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화도 추진해야 한다.
가사 노동이 이뤄지는 가정은 사적 공간으로 분류돼 근로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동착취나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해도 외부에서 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노동계가 이번 시범 사업에 집단으로 반발하는 배경이다. 가사사용인을 쓰는 가정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시범 사업이 시작된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정부가 범죄 경력, 돌봄 자격증 보유 여부 등을 검증했지만 가사사용인은 다르다. 각 가정이 개별적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아이 돌봄에 얼마나 전문성이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시범 사업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받으면서 열심히 일할 외국인 인력이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범 사업 대상으로 분류된 비자 소지자들은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서도 일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가사사용인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사업을 신청한 곳은 세 곳이다. 이중 전라북도는 이미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며 사업 참여를 철회했다. 서울과 경상남도 역시 참여 신청자가 적어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돌봄 인력은 육아 부담을 덜어줄 대안이 아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공 돌봄 시설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에 돌봄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정공법으로 육아 부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
한국에선 금기처럼 여겨온 최저임금 차별화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육아를 도와주는 외국인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주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현지에서 받는 급여가 30만원 안팎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노동착취로 보기는 어렵다. 국적만으로 최저임금을 차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지역이나 업종 등 다른 기준까지 감안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실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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