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신랑’이 된 코요태 김종민이 지난달 연예가에 화제를 뿌렸다. 결혼식 당일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가 한 말이 우리말과 관련해 해묵은 생각거리를 불러들였다. 이날 김종민은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묻는 말에 “동료들 반응이 달랐다. 결혼하신 분들은 ‘굉장히 기뻐하고’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고 답했다.
우선 ‘굉장(宏壯)히’는 ‘아주 크고 훌륭하게, 보통 이상으로 대단하게’라는 뜻으로 쓰는 부사다. 이 말의 원래 쓰임새는 어근인 ‘굉(宏, 크다/넓다)’과 ‘장(壯, 씩씩하다/굳세다)’에서 나왔다. 특히 ‘장(壯)’ 자는 ‘나뭇조각 장(?)’과 ‘선비 사(士)’가 결합한 모습인데, 이는 예부터 굳세고 씩씩한 남자를 가리켰다. 나이로 치면 30세 이후의 남자다. 지금도 ‘장년(壯年)’을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이 말이 거기서 연유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생 중 가장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굉장하다’는 본래 ‘넓고 크고 굳세고 웅장하다’라는 의미로 그 쓰임새가 제한적이었다. ‘양(+)의 의미자질’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잔치가 굉장하다” “새로 지은 집이 굉장하다” “이번 산불은 굉장해”라고 말할 때 어감이 딱 맞다. 여기서 의미가 좀 더 넓어져 ‘아주 크고 훌륭하다, 대단하다’라는 개념이 나왔다. “그는 능력이 굉장하다” “그것을 하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해” 같은 게 그 용례다. 따라서 규모나 성질 면에서 크고 넓고 무겁고 많고 높고 거칠고… 한마디로 엄청날 때 ‘굉장하다’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굉장’의 용법 중 하나로 “굉장한 미인”을 올려놓아 이 말의 용법 확장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하긴 “너무 예쁘다/좋다”처럼 긍정 형용사와는 어울리지 않던 ‘너무’(“아주 예쁘다/좋다”가 원래 바른 용법)도 이젠 문법적으로 허용됐으니 ‘굉장히 예쁘다’도 의미확대를 이루면 못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한글학회에서 1957년에 완간한 <조선말 큰사전>은 ‘굉장하다’를 “크고 훌륭하다”로 풀이했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년, 한국어로 된 최초의 국어사전) 풀이를 이어온 것이다. 그러다 1982년 민중서림의 <국어대사전>에서 “굉장한 인파/굉장한 미인” 같은 용례를 올렸다. 사람의 미모를 나타내면서 ‘굉장하다’는 표현을 쓴 데서 이때 이미 의미확대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굉장하다’는 “굉장한 건물” “힘이 굉장하다” “굉장히 더운 날씨”처럼 ‘아주 크고 훌륭하다/대단하다’란 뜻으로 쓸 때 자연스럽다. 1980년대 후반에 나온 <새우리말 큰사전>(삼성출판사)과 1990년대 <표준국어대사전>, <금성판 국어대사전> 등이 모두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굉장하다’는 요즘 남용하는 “굉장히 기쁘다/예쁘다/좋다/슬프다”류의 감성어와는 잘 호응하지 않는다. 더구나 “굉장히 작다/좁다/약하다/가늘다/줄다/적다/짧다/가볍다/정밀하다” 같은 말과는 함께 쓰기에 적절치 않다. 의미영역이 서로 반대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