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2일 16: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물류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 측은 “대내외 금융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희망공모가는 주당 1만1500∼1만35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4789억~5622억원, 공모 규모는 1718억~2017억원이었다. 희망 공모가를 발표할 당시에는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몸값이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4~30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적정 가격이 희망가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회사 측은 상장 시기를 다시 조율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구주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이 수요가 부진했던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번 상장을 통해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유한회사 엘엘에이치(LLH)가 보유주식 전량인 747만2161주(현재 지분율 21.87%)를 구주 매출할 예정이었다. LLH는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약 2860억원을 투자하면서 롯데그룹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밴드 하단에 상장할 경우 롯데그룹이 별도로 물어줘야 하는 금액은 2931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번에 상장 자체가 무산된 만큼 롯데그룹이 FI에게 물어줘야 하는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적정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을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작년 12월 27일에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예비심사 승인 통보를 받았다. 상장 예비심사결과의 효력이 6개월인 만큼 추후 예비심사 절차를 다시 밟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글로벌로직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다.
앞서 DN솔루션즈도 최근 수요예측까지 마친 뒤 상장을 철회했다. 1조원 이상의 대형 공모를 추진했던 공작기계 업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예측에서 충분한 주문을 받아내지 못한 탓이었다.
DN솔루션즈에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까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공모주 시장은 얼어붙는 분위기다. DN솔루션즈의 수요예측에선 해외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주매출 비중이 56.8%에 달한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DN솔루션즈에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까지 상장을 전격 철회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혹한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 IPO 담당 본부장은 “대규모 물량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공모시장 분위기가 회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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