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의 해석은 두 가지다. 최근 몇 년 새 부쩍 성장한 중국의 ‘레드 테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재도전장을 내기 위한 준비 작업이란 얘기다.정 회장은 현장에서 CATL, 비야디(BYD)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BYD는 5분 충전에 470㎞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충전 기술을 내놓았고, CATL은 한 달여 만에 이를 추월하는 520㎞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이번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전고체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연구에 힘쓰고 있다.
정 회장은 화웨이, 모멘타 등 중국 대표 자율주행 업체들도 찾았다.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손잡은 기업들이다. 샤오펑, 지커 등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 부스도 방문 리스트에 포함됐다. 지커는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전기차의 강자다.
정 회장은 아우디, 도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의 현지 전략도 살펴봤다. 아우디는 이번 모터쇼에서 아우디의 자존심인 4개의 링 로고를 뺀 중국 전용 전기차 브랜드 ‘AUDI’를 처음 선보였고, 도요타는 광저우자동차(광치)와 함께 만든 전기차 bZ7(현지명 보즈7)을 공개하는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랬던 현대차·기아는 2017년 사드 사태와 중국 로컬 기업들의 성장에 밀려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량은 20만 대 수준(20만3012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현대차·기아는 중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상하이모터쇼에 불참했다. 그런데도 정 회장이 모터쇼를 찾은 건 중국 시장에서 부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라는 분석이다. 현대차 고위 경영층은 “어렵다는 이유로 주요 시장을 포기할 순 없다”며 중국 시장 재건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상하이모터쇼에 부스를 차리지 않았지만 직원 수백 명을 파견했으며 중소형 모터쇼를 공략하는 등 현지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시점에 중국 재건에 나선 이유는 또 있다. 2023년부터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기차 직접보조금 지급을 중단해 글로벌 업체들이 설 자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도 작년 말부터 베이징현대에 투자금을 늘리고 인력을 보강하며 다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저타오 베이징현대 신임 회장은 “베이징현대는 중국 시장에서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정은/양길성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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