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버스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선고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이 협상 테이블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상임금 판결로 각종 수당이 오르면서 인건비가 급등한 데 이어 노조가 추가로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서도 올해 임금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노조는 △기본급 8.2% 인상 △동일노동 임금차별 폐지 △현행 만 63세인 정년을 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노조의 흔한 요구안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요구안에 없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여부'다. 회사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임금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이 이런 요구를 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19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이 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정기·일률·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 요건을 11년만에 변경하고 '고정성 요건'을 들어냈다. 이에 따라 '재직 조건'이 있는 정기 상여금이나 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게 됐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라 통상임금이 커지면 수당도 덩달아 인상된다.
서울시는 대법 판례 변경으로 각종 수당 등 임금 인상분이 전년 대비 10%에 달할 것으로 본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버스 기사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비중이 높아 통상임금 판결의 파장이 크다"고 했다. 서울시는 판례변경에 따른 10% 임금 인상에 노조 요구대로 기본급 8.2%를 추가로 올리면, 기본급 인상에 따른 추가 수당 인상 등을 포함해 사실상 올해 임금 인상률이 2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본급 인상률을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노조 주장을 모두 수용하면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의 평균임금이 6273만원에서 7872만원으로 오른다"며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누적 부채가 이미 1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노사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대법원 판례 변경에 따른 수당 인상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입장이다. 임금 인상률을 논의해야 하는 자리에서 굳이 임금체계 개편을 논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A씨는 "소정 근로시간을 줄여서 통상시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지만 취업규칙을 바꿔야 해 노조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올해 임금협약에서 인상률이라도 낮추고 싶어도 노조가 완강하다"고 토로했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아 노동조합 조합원 1만8000여 명은 사측을 상대로 누락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미사용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을 즉각 반영해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는 주장이다.
임단협을 앞둔 현대차도 통상임금이 뜨거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월 "주휴수당, 노동절, 사용 연차 등 기존 통상임금 미반영 항목을 포함해 2019년 합의 당시 미흡했던 부분까지 검토해 조합원의 권리를 쟁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같은 쟁점으로 올해 임단협이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맏형 격인 현대차와 기아의 임단협이 난항을 겪게 되면 그룹사 전체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사회적 혼란을 막겠다"며 통상임금 판결의 소급효를 제한했지만, 노조는 협상과 투쟁을 통해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유명무실해졌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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