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대규모 전력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전력 인프라 확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압 변압기, 가스터빈, 철강 등 핵심 자재 및 부품 가격은 급등했고, 공급량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제품에 부과된 관세가 공급망을 더욱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다.가스발전소 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필수 설비인 터빈과 초대형 변압기의 납기 기간이 3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WSJ은 “AI 수요에 맞춰 신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는 개발업자들 사이에서 불확실한 비용 문제로 투자 결정을 유보하거나 재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인프라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어서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45% 관세, 철강(25%) 및 알루미늄(10%) 관세는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변압기, 전선, 모터 등 핵심 부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4개국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셀·패널에 반덤핑관세(AD)와 상계관세(CVD)를 확정했다. 중국 기업의 동남아 공장을 통한 우회 수출을 정조준한 조치다. AD는 기업별로 6.1%에서 최대 271.28%, CVD는 최대 3403.96%에 달한다. 에너지 전문 로펌 브레이스웰의 조시 지브 수석은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특수 부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외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재생에너지 개발사 인터섹트 파워는 공급난으로 비용이 증가했다고 WSJ에 토로했다. 셸던 킴버 인터섹트 파워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산 자재를 쓰기 위해 수년간 높은 비용을 감수해왔지만 배터리 셀은 아직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며 “공급망의 한 부분이 막히면서 수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27년까지 배터리 저장 용량을 11GW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로 인한 24시간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는 천연가스 발전소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망 연결을 신청한 가스 발전소 용량은 전년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다만 가스 발전소가 즉각적인 해답이 되기는 어렵다. 전력 수요 폭증이 곧바로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없어서다.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따르면 가스 발전소 건설 비용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세 배 이상 뛰었고, 터빈 제조업체들도 공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빌 뉴섬 미쓰비시 파워 아메리카 CEO는 “지난해 터빈 주문량이 전년 대비 5배 늘었지만, 공장 생산 능력을 그렇게 빠르게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터빈을 생산하는 회사뿐 만 아니라 그 아래의 철강, 부품 등 전반적인 공급망 전체가 병목 현상을 겪고 있어 단순히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향후 몇 년간 가스터빈 생산량을 30%가량 늘릴 계획이다.
GE 버노바 역시 향후 2년간 생산량을 35% 늘리고, 이 중 절반은 가스 부문에 투입될 예정이다. 스콧 스트래직 GE 버노바 CEO는 “가스 발전에 대한 수요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얼마나 더 올라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재 일부 고객은 2030년 납품을 목표로 터빈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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