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7일 13: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복상장 논란과 증시 부진으로 대형 기업공개(IPO)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산 매각과 주가주식스왑(PRS) 계약,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다른 방식의 자금 조달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IB전략본부장(전무·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브아웃(사업부 분할매각),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기업들의 생존형 자금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본부장은 1999년 동원경제연구소에 입사한 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겨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IB그룹 내에 IB전략본부를 신설하며 윤 당시 리서치센터장(상무)을 전무로 승진시켜 본부장에 앉혔다. 기업 커버리지를 통합 관리하며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윤 본부장이 대형 IPO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선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자진 철회하고 있다. 그는 “중복상장 논란이 여전하고 국내 증시도 부진한 만큼 단기간 회복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이 재빠르게 자산 매각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기업들은 비핵심 사업부를 사모펀드(PEF) 등에 잇따라 매각하는 추세다. LG화학은 워터솔루션 부문 매각을 위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SK그룹도 반도체 소재 제조사인 SK실트론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PRS 계약을 적극 활용해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채 비율이 이미 한계치의 턱밑까지 올라온 기업들이 적지 않고, 유상증자에 대한 소액주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윤 본부장은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PRS 계약은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진 기업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선제 제안형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받고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문제를 먼저 진단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윤 본부장은 “특히 2차전지와 석유화학 업종처럼 향후 구조조정 수요가 예상되는 기업군을 선제적으로 분석해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며 “작년에 6건을 제안해 4건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30건 이상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를 짠다고 해서 모든 거래가 실행되는 것은 아니다. 한계 상황에 놓이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내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큰 장벽이 되고 있어서다. 윤 본부장은 “작년과 같은 조건의 딜(거래)도 올해는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리스크에 대한 시나리오별 분석, 회수 가능성까지 설계된 구조여야 내부에서도 납득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IB전략본부는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딜을 수임하는 기능뿐 아니라, 리스크 분석과 회수 전략까지 포함한 거래의 실행 가능성도 분석하고 있다. IPO, 커버리지, 인수금융 등 기존 본부들과는 수직적 위계 없이 수평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로, 부서 간 기획과 판단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윤 본부장은 “앞으로 모든 증권사 IB는 구조를 선제적으로 설계하고, 내부 심사를 통과시킬 수 있는 역량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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