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조기상환일을 하루 앞둔 7일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연기한 배경에는 건전성 문제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가 지급여력(K-ICS) 비율 등 감독규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후순위채 조기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가 불문율로 여겨지는 콜옵션 행사에 실패하자 후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롯데손보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및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자금 조달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금융회사는 우리은행(2009년)과 흥국생명(2022년) 정도뿐이다. 흥국생명은 2022년 11월 콜옵션 미행사 발표 직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1주일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과거 우리은행도 4억달러 규모 후순위채의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다가 신인도 하락 등 거센 후폭풍에 직면해 부랴부랴 이를 철회했다.
우리은행과 흥국생명은 회사 이익 관점에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롯데손보는 콜옵션을 행사하려 했지만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는 금감원장 승인 사항이다.
킥스 비율이 150% 미만이라도 예외적으로 승인받는 방법도 있다. 후순위채 상환 전까지 유상증자 또는 자본성 증권 신규 발행을 통해 상환 예정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조달하면 된다.
롯데손보는 지난 2월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신규 발행할 예정이었다. 이달 돌아오는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일에 맞춰 차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발행을 중도 철회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금감원이 후순위채 발행 시 이례적으로 각종 투자 위험을 명시하라고 압박하면서 현실적으로 발행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지난 2월 발행했다면 상환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회사 여윳돈으로 후순위채를 상환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금감원은 이 또한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계약자가 선순위 부채인데 회사 자금을 후순위채 상환에 쓰면 심각한 계약자 보호 이슈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일반계정의 운영 자금으로 상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자 보호 이슈와는 무관하다”며 “이른 시일 내로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겠다”고 했다.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처럼 금융회사 자본성 증권 전반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로까지 여파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