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구로구 항동의 한 야산 아랫자락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 면적의 빈 땅. 데이터센터 전문 자산운용사 P운용사는 이 부지를 올 2월 1400억원에 사들였다. 전력 부품업체 U사의 관계사는 2023년 3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1000억원에 매입한 지 2년 만에 4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수백억원대 웃돈이 붙어 팔린 것은 한국전력과 80㎿ 규모의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한 땅이기 때문이다.
분산법 시행 이후 전력 공급 확정 여부가 데이터센터 부지의 가치를 좌우한 사례는 또 있다. 부동산 개발사 S사는 80㎿ 규모 전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경기 고양시 문봉·식사 데이터센터 부지 두 곳을 곧 매각할 계획인데, 한 곳의 차익만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경기 위축 속에서도 수도권 데이터센터 부지 가격이 치솟는 것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분산법 영향이다. 이 법에 따라 10㎿ 이상 전력을 쓰는 사업자는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정부 심의를 받아야 한다.
억대 비용을 들여 컨설팅 용역을 맡기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한국전력 출신 전력 브로커들이 규제로 열린 시장에 뛰어들어 계통평가를 컨설팅하는 대가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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