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교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후보 단일화 로드맵을 계획대로 밟을 수 있게 됐다.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경쟁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오면 강제 단일화를 추진할 길이 열린 것이다.
재판부는 김 후보 측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전당대회 등 개최 금지를 요구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지지자 측 소명이 부족하며 국민의힘이 내건 소집공고 안건 등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전당대회 개최가 김 후보 지위를 박탈하거나 한 후보로 교체하려는 목적만으로 이뤄진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김 후보 측은 ‘후보 교체를 위한 전대 소집’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전체 당원 설문조사 결과 ‘단일화 찬성’과 ‘후보 등록 이전 시점’ 두 항목의 찬성 비율이 80%를 넘겼고, 국민의힘이 당헌 제74조의2 취지를 고려해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전대 내지 전국위 개최 등을 추진하는 게 정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자에게 주어지는 ‘당무우선권’도 무조건적으로 보장되는 게 아니라고 적시했다. 법원은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한 후보 등과 단일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사실상 후보자 확정과 관련된 단일화 절차 진행에서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김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이 무조건적으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직후 김 후보 측과 한 후보 측은 두 차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첫 협상에서 양측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는 서로 합의했다. 다만 역선택 방지 조항 포함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한 후보 측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선택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후보 측은 지지 정당과 관계없이 모든 여론을 반영해 결정하자고 맞섰다. 양측이 협상을 벌이는 동안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후보들의 협상 타결을 기다렸다. 협상이 불발되면 강제 단일화 혹은 후보 강제 교체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국민의힘은 11일 전국위 의결을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만일 한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되면 입당 후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까지 마쳐 ‘기호 2번’을 달고 대선을 뛸 수 있다.
이슬기/박주연/양현주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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