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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90세 청년이 이 시대 청년들에게

입력 2025-05-11 17:16   수정 2025-05-12 00:24

서울 강남의 한 유치원 졸업식에 간 적이 있다. 올망졸망 여느 일곱 살 아이들이 차례로 무대 위에 올라 귀여운 목소리로 장래 희망을 발표했다. 아이들의 꿈은 놀라웠다. 그 획일성 때문이었다. 그날 졸업하는 8명 가운데 6명의 장래 희망이 ‘의사’였다. 나머지 두 명은 유튜버였다. 6명 아이의 꿈이 모두 의사일 리는 없었을 터. 아이들의 미래는 일곱 살 때부터 부모에 의해 재단되고 있었다. ‘4세 고시’ ‘7세 의사 고시’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어린이가 지난 4년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뉴스를 보고 그날의 졸업식 장면이 떠올랐다.
성공 공식에 갇힌 한국 사회
지난해 한 청년을 만났다. 그의 직업은 동원산업 항해사. 그도 이른바 ‘대치동 키즈’였다. 대곡초, 대청중, 단국대 사대부고를 졸업했다. 강남 8학군에서 그는 또래 친구들과 다른 꿈을 꿨다. 선장이었다. “선원들을 이끌며 느낀 책임감과 사명감이 가슴을 뛰게 했다”는 삼촌의 말을 듣고 선장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바다로 가기 위해 그는 부경대 해양생산학과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별명은 ‘강남’이었다. 부경대에서 보기 드문 강남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2019년 여름 항해를 시작했다. 바다는 만만치 않았다. 태풍의 가장자리를 지나며 20m 높이의 파도와 싸울 때는 무섭기도 했다. 때로는 육지의 집, 가족, 친구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거친 파도, 바닷바람과 맞선 경험 때문이었을까. 그에게선 요즘 젊은이에게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단단함과 진중함이 엿보였다. 동원산업 선망선을 기준으로 해기사의 평균 소득은 또래 직장인보다 3~4배 높다. “마지막 항차에 만선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의 꿈은 동원산업 대표다.
"꿈꾸는 동안은 누구나 청년"
그를 항해사의 길로 이끈 또 다른 이가 있다.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다. 대학생 시절 그는 <김재철 평전>을 읽고 ‘발상을 전환해 진취적으로 세계로 뻗어나가자’는 김 명예회장의 ‘거꾸로 세계 지도’ 철학에 매료됐다. 김 명예회장이 최근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을 냈다.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이 시대 청년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만 90세를 맞은 1세대 창업자인 김 명예회장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안정적인 서울대 진학을 포기하고 바다로 갔다. 무급 선원에서 항해사, 항해사에서 선장, 선장에서 수산업체 임원이 됐다. 그리고 오늘날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을 일궜다. 국가와 산업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의 해양 영토는 한없이 작아졌을 것이다. 해양수산부 탄생도 언제 이뤄졌을지 모를 일이다. 투자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모델도, 한국인 밥상에 매일 오르내리는 참치캔도 없었을지 모른다.

김 명예회장과 그를 동경해 항해사가 된 청년의 이야기는 영유아기 어린아이 때부터 획일화된 성공의 공식으로 몰아넣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청년에게 그는 이야기한다. 꿈꾸고 상상하고 가슴 뛰는 삶을 살라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고. 꿈을 꾸는 동안엔 누구나 영원히 청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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