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 일부가 달러 가치와 1 대 1로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월급을 받는 건 그만큼 스테이블 코인의 이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은행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 중심으로 스테이블 코인 활용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스테이블 코인 사용이 증가하면 국내 노동시장에서 파악되지 않는 ‘그림자 급여’ 규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지난해 265만1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국내 전체 인구 대비 5.2%를 차지한다. 법무부가 파악한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40만 명에 이른다.스테이블 코인이 국내에 확산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를 주목하는 건 이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대표적 집단이어서다. 스테이블 코인이 실생활에서 ‘비공식 화폐’로 기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통상 외국인이 한국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송금할 땐 은행이나 송금 대행 업체를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송금 수수료는 물론 환율 차이가 발생한다. 송금액의 5~10%를 손실 볼 수 있다. 송금 시간도 수일 걸린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몇 분 안에 직접 송금할 수 있다. 수수료도 수백원에서 수천원에 불과하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주로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출신이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의 실질적인 효용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국가들은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은행 인프라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스테이블 코인은 스마트폰에 디지털 지갑만 있으면 된다. 별도 은행 계좌가 필요 없다. 기존 금융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블록체인 위크 2025’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홍콩 기반 블록체인 기업 애니모카브랜드의 로비 영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에는 동남아 출신 가사도우미가 많은데 이들이 번 돈의 대부분을 고향으로 보낼 때 수수료가 보통 25%부터 시작해 많게는 50%에 달한다”며 “이제는 송금을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사실상 달러이기 때문에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가 이를 본국으로 송금하면 실질적으로 달러가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국내 외환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규모가 커지면 환율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스테이블 코인 거래 규모는 지난해 5조6600억달러로, 약 8000조원에 달한다. 지갑에서 또 다른 지갑으로 이동하는 입금 및 출금, 송금, 결제 등 모든 거래를 포함한 수치다. 불과 4년 전인 2020년(5607억달러)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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