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10일과 11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관세 협상을 벌였다. 협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세 인하와 중국산 펜타닐(합성 마약) 단속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회의 직후 “큰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회담은 대표단의 시작 발언 공개 없이 진행됐고 양측이 만난 사진도 배포되지 않았다.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진 것이다. AP 통신은 양국 대표단이 회의 종료 후 숙소로 돌아가면서 취재진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 협상 직후 SNS에 “오늘 스위스에서 중국과 매우 좋은 회의를 했다”며 “많은 사안이 논의됐고, 다수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으로 우호적이면서도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졌다”며 “중국과 미국 양국 모두의 이익을 위해, 중국이 미국 기업에 더 개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은 회담 기간 내내 협상 진행 사실만 전했을 뿐 협상 결과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중국 정부와 중국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는 미국이 관세를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무역 단절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125%의 관세를 매기는 동시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산 펜타닐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협상 대표단에 공안과 마약 단속 분야의 최고위급 인사인 왕샤오훙 공안부장을 포함시켰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145%의 추가 관세 중 20%가 중국이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을 방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과한 것이다.
일각에선 자유무역을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미·중 간 첫 관세 협상이 이뤄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의중이 관철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취재진에게 무역 협상국에 부과 중인 기본관세 10%와 관련해 “최소 관세율 10%가 있다”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본관세는 10%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가별로 상대국의 특정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의 무역 합의 때처럼 협상에서 일부 무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틀째 진행 중인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선 “잘 해결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언급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이혜인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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