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2일 16: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수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측과의 지분 격차를 2%포인트 이내로 좁혔다. 앞서 LS그룹 지주사인 ㈜LS 지분도 확보하며 다른 그룹과 지분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 투자’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향후 각 그룹의 경영권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한진칼 주식 37만4519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12일 공시했다. 매입금액은 총 294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 등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7.90%였는데 이번에 18.46%로 0.56%포인트 상승했다. 지분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다.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한진칼 2대 주주로 올랐다.
한진칼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20.12%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호반호텔앤리조트 지분 매입으로 호반그룹은 조 회장 측과 지분율 격차를 2%포인트 이내로 좁혔다.
델타항공(지분율 14.9%) 등 주요 주주가 조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지만,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10.58% 매각 여부에 따라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호반건설은 올해 3월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한진그룹과 묘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호반그룹은 LS그룹과도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초 LS전선 모회사인 ㈜LS 지분 약 3%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그룹의 ㈜LS 지분 매입 사실이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특허권 침해 소송 2심 재판을 하루 앞두고 알려지면서 두 그룹 간 갈등이 주된 배경으로 꼽혔다. 재판에선 LS전선이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호반그룹은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해 전선 사업에 진출했는데, LS전선과 대한전선은 2019년부터 소송전을 벌이며 대립했다.
시장에서는 한진칼과 ㈜LS 모두 오너일가 지분이 가족 구성원에 분산돼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진칼의 경우 조원태 회장이 지분 5.78%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0.18%, 조현민 한진 총괄사장 5.73%,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2.09% 등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S 역시 LS그룹이 대를 이어 사촌경영 체제를 이어오면서 오너일가 40여명이 지분 0~3%를 보유하고 있다. 가문별로는 구태회가(家) 11.1%, 구평회가 15.3%, 구두회가 5.6% 등이다. LS그룹 오너 3, 4세들이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각 개인이 보유한 지분율은 희석됐다.
호반그룹이 지분 매입에 나선 한진그룹과 LS그룹이 최근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말 한진그룹과 LS그룹은 동반 성장 및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사업 협력과 협업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항공우주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과 LS그룹이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동맹 관계를 맺기 위한 사전 행보로 해석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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