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의 역설'…中 기업, 외국산 부품 탈피 속도↑

입력 2025-05-12 16:49   수정 2025-05-12 16:5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외국산 부품을 빠르게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역설적으로 중국의 제조업 자급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상하이와 선전에 상장된 20여 개 중국 기업이 외국산 부품을 자국산으로 전환하거나 공급망을 현지화하는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보고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반도체, 화학,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에스툰 오토메이션은 “원자재의 자국산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영 비상장비 제조기업 하르존 인더스트리 역시 외국산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기업 씽콘은 기존에 한국, 일본, 유럽에서 수입하던 화학 시약을 자국산으로 전환할 계획을 공개하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국산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난성의 베어링 제조업체 후난 SUND 테크놀로지컬은 “중국의 보복 관세로 인해 제조업체들이 미국산 베어링을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많은 기업이 자국산으로 완전히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중국 제조 2025’와 ‘쌍순환’ 전략을 통해 산업 자립을 추진해왔다. ‘중국 제조 2025’는 첨단 제조업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고, ‘쌍순환’은 국내 소비와 글로벌 교역을 병행하는 모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이러한 자립 노력을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FT는 중국 당국 관계자들이 무역 갈등을 자립 정책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로듐 그룹의 카밀 불레누아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들은 자급자족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이번 무역전쟁은 자국산화를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하도록 신호를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국산 대체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EU) 중국 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제조 2025’가 전기차, 조선, 철도 장비 등에서는 성공을 거뒀다”면서도 “일부 산업에서는 비효율적인 투자와 과잉 생산을 초래하고, 무역 파트너와의 긴장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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