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21년 5월 LX로 ‘홀로서기’에 나선 구 회장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엔 우려가 한가득이었다. 규모도 작고 성장성도 떨어지는 계열사를 들고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구 회장은 독립 경영 4년 만에 이런 우려를 완전히 뒤집었다.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계열분리 전보다 덩치(자산 규모)와 내실(영업이익)을 두 배 가까이 불렸다.

빠른 성장의 비결은 M&A였다. 구 회장은 기존 주력사업인 상사(LX인터내셔널), 물류(LX판토스), 건자재(LX하우시스)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LG 시절 보여준 승부사 기질을 소환했다. 그렇게 포승그린파워(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한국유리공업(건축·자동차용 판유리 업체)을 품었다.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을 인수해 ‘국내 1호 해외 니켈광산 보유기업’ 타이틀을 얻었고, 미국 조지아주 돌턴 물류센터를 사들여 해외 물류기지도 확보했다. 모두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시로 ‘우리 안에는 1등 DNA가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항상 도전하자’고 주문하는 구 회장의 공격 경영이 LX의 빠른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라며 “여기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 우호적인 경영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설계가 주력인 LX세미콘이 찍은 신사업은 차량용 방열기판. 반도체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을 맡는 방열기판은 전기차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LX세미콘이 1000억원을 투입한 경기 시흥캠퍼스의 친환경 차량용 방열기판 공장은 최근 양산에 들어갔다. LX세미콘은 연 25만 장인 생산능력을 내년 말까지 50만 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LG전자 부회장 시절 전장 사업을 개척한 경험을 살려 LX세미콘을 통해 전장시장에 뛰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