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좋은 부분은 트럼프 경제고, 나쁜 부분은 바이든 경제죠.”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 코너에 출연해 내놓은 답변이다. 대담을 맡은 크리스틴 웰커 기자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증시가 오를 때는 ‘트럼프 효과’라고 하다가 올해 1분기 경제가 역성장(-0.3%)하자 바이든 탓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제부터 트럼프 경제가 되는 거냐”고 몰아붙였다.
간단하고 직설적인 이 답변을 듣고 10여 년 전 기업 구조조정을 취재하던 시절 생각이 났다. STX조선이 크게 어려워진 그때 중국 다롄에 투자해놓은 법인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었다. 외환위기 때 한국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라고 알려진 분이 할 말이 있다고 해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굉장한 비법인 것처럼 해당 법인을 나누면 된다고 했다. “좋은 부분(현지 자산)과 나쁜 부분(부채)을 각각 가진 두 회사로 쪼개 좋은 쪽만 살리면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기업분할은 기업의 생존을 이어가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선 곧바로 질문이 떠올랐다. 나쁜 부분은 누가 갖는다는 말인가. 그는 금융사나 상거래 채권자들이 손해를 보겠다는 문서에 서명해야만 이런 계획이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는 듯 보였다. 기업의 자산을 구성하는 부채 항목에는 수많은 책임이 들어 있다. 그 책임의 무게가 기업을 가라앉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도 마찬가지다. 좋은 경제는 트럼프 경제, 나쁜 경제는 바이든 경제라는 논리는 유아적이기도 하지만 그가 미국이라는 거대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 방향타를 쥐고 있다는 점에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사회 분열이 커질수록 정파적 사고가 전략적 사고를 압도한다. 장기적으로 대학 연구비 삭감이 국가에 좋을 리 없으나 상대 세력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수도 있다. 짧은 임기 사이에 정적과 그 무리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법원은 전쟁터가 됐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분열이 심할수록 장기적 비전과 이를 실행하려는 의지는 홀대받는다. 상대를 향한 손가락질 그 자체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한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도 나쁜 건 죄다 전 정부 때문이라면서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한 대통령을 여럿 보지 않았나. 차기 대통령은 ‘남 탓’ 뒤에 숨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너무 어려운 주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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