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콘크리트 대신 '나무아파트'는 어떤가

입력 2025-05-13 17:29   수정 2025-05-14 00:35

영국 런던 해크니 지역에 ‘슈타트하우스’라는 건물이 있다. 29가구가 거주하는 9층 높이(29m)의 아파트다. 2009년 세워진 이 건물이 독특한 건 ‘나무 아파트’라는 점에서다. 골격은 물론 외벽, 계단 등이 모두 목재로 만들어졌다. 세계 최초로 지어진 고층 목조빌딩이다. 2013년엔 호주 멜버른에 10층(32m)짜리 나무 아파트(포르테)가 들어섰다.

나무가 자라나듯 나무 아파트도 높아지는 추세다. 목재 공학 발달로 고층화의 한계가 깨지고 있다. 3년 전 완공된 미국 위스콘신주의 주상복합아파트 ‘어센트’는 지상 25층 높이(86.6m)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이다. 일본의 스미토모임업은 70층 높이(350m)의 목조건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도쿄 한복판에 63빌딩보다 높은 나무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이다.
나무는 '탄소 저장소'
각국의 나무 건축물 붐은 환경 문제와 관련이 깊다. 나무가 탄소 중립에 가장 적합한 건축 소재로 꼽히는 까닭이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7%가 콘크리트와 철근 비중이 높은 건설 과정에서 나온다.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교통(33%), 산업 현장(19%)보다 훨씬 많다.

나무는 그 자체로 탄소를 머금고 있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베어내도 마찬가지다. 불에 타 완전히 연소하기 전까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목조건축 1000㎥를 조성하면 130t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게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이다. 나무를 ‘탄소 통조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가 공공건축물의 50%를 나무로 짓겠다고 선언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나무는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약하지 않을까? 이런 고정관념이 잘못됐다는 게 나무가 묵묵히 전하는 진실이다. 목재의 인장강도는 콘크리트의 약 225배, 철의 4.4배에 이른다. 목조건축은 콘크리트보다 가벼워 상대적으로 지진 충격도 잘 이겨낸다. 목조건축물이 화재에 가장 취약하다는 인식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불에 탈 때 겉면에 검게 그을려 형성되는 탄화 피막이 산소를 차단해 나무 속까지는 타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열전도율이 높은 철골조 건물은 화재에 엿가락처럼 늘어져 무너지곤 한다.
철골조보다 화재에 강해
한국은 목조건축물 분야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충청남도와 원주시, 진주시 등이 목조건축물 활성화에 나선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회도 작년 말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목조건축 활성화법’을 발의했다. 경기 양평에는 최근 목조건축 체험형 전시관이 들어섰다. 한다움건설, 50년 역사의 영림목재 등이 목조건축에 대한 사명감으로 의기투합해 세운 곳이다. 시공 방법과 내진, 불연 테스트 기능을 갖춘 국내 최초의 목조건축물 종합전시관이다.

한국의 도시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2015년 53.9%이던 도시화율은 2040년 64.5%에 이를 전망이다. 건축 착공 면적 가운데 목조건축물 비중은 6%에 불과하다. 그만큼 콘크리트 숲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를 맞아 콘크리트 건물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을 때가 됐다. 차기 정부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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