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창한 햇살 아래 어딘가 낯선 도시의 공원 벤치에 앉아 읽으면 좋은 책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들뜬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문득 그 시절 읽은 책이 생각날 때, 생의 한 가운데
루이제 린저 저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출퇴근 때 '유시민 청춘 독서'를 읽다 개인적인 청춘의 책을 떠올려 봤다.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지금은 책방을 운영하는 최인아 당시 제일기획 카피라이터가 쓴 책 '프로의 남녀는 차별되지 않는다' 를 읽었고 어느 날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 가운데'를 알게 됐다. 내 마음속 갈증을 책 속에서 발견했을 때의 공감은 컸다.
<i>당신은 생을 피해 갔어요.
당신은 한 번도 위험을 무릅쓴 일이 없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잃기만 했어요. </i>
전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산문 작가로 불리고 시몬 드 보부아르와 더불어 현대 여성 문학계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던 루이제 린저의 이 책을 한국에 초역한 사람이 전혜린이었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니나와 스무 살 연상 슈타인과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책의 큰 줄기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등장인물들 가운데 니나의 목소리는 돋보인다. 모험을 무릅쓰고 신념 강한 니나는 생의 한 가운데에 우뚝 서길 원했다. 여성의 역할과 사회적 지위가 제한되던 시절에 존재감을 드러내려던 여성 니나의 캐릭터는 강했다. 20대에 읽는 니나와 한참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니나는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흥미진진한 소설 마니아라면, 외모 대여점
이시카와 히로시카 저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2022년에 나온 책. 외모의 변신이 가능하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저자 이시카와 히로시카는 일본에서 유명하다. '유리엘과 글렌'으로 2007년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을 수여했고 '친애하는 Punks Not Dead 님께' 로 2021년 제61회 일본 아동문학가 협회상을 받았다. '묘지기 레오', '묘지기 레오, 뷰티풀 월드', '메이드 인 열네 살' 등 대표작도 상당수다.
외딴 마을 변두리에 문을 연 ‘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가게는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원하는 ‘외모’를 하루 동안 자유롭게 빌려준다. 저마다의 이유로 대여점을 방문한 10인의 사람들은 외모를 대여해서 원하는 것을 얻었을까?
<i>단번에 취업할 수 있는 외모?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직접 회사로 찾아가 면접을 본 뒤에야 깨달았다.
물론 외모도 평가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평가하는 게 있었다.
이제껏 당신은 어떤 하루하루를 살아왔는가 하는 것.
이것만은 결코 빌릴 수 없다.</i>
흥미로움으로 집어 들겠지만 읽는 동안 자기 내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는 책이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감정 다스리기가 고민이라면,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에른 스트프 하냐슈 외 저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감정 다스리는 일이 어려운 이들에게 권할만 한 책이다. 저자는 40여년간 진료실에서 내담자들을 만나 온 심리학자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 박사다. 과연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
별것 아닌 걸로 화를 낸다고 하지만 사소한 감정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커다란 코끼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경험의 층 저 아래 어딘가에 여러 연령대에서 처리하지 못한 욕구와 부정적 경험이 별것 아닌 일에도 화내는 감정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i>타자에 의해 삶이 결정되면 아주 작은 언짢은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모욕감을 느끼고 뒤로 물러날 위험이 커진다.
지금까지 자신을 억눌러온 모든 것을 밝혀낸다면 어떤 욕구가 지속해서 충족되지 못했는지, 그 결과 어떤 약점이 생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i>
양말을 아무 곳에나 던져 놓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부인, 자신보다 늦게 온 사람들에게 먼저 주문받는 웨이터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회사원, 퉁명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는 친구 때문에 기분이 상한 남자의 얘기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자기 코끼리를 알아내고 문제 상황에서 본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되돌아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충족되지 않은 기본 욕구를 탐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고 그것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다스리기는 전처럼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이선정 한경매거진 기자 sj_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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