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벤처, 치밀한 사업전략 수립으로 위기 넘자

입력 2025-05-14 15:57   수정 2025-05-14 15:58

“한국에는 흥미로운 기술을 가진 바이오 회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전부는 아닙니다. 후보 약물의 시장 기회요인을 파악하고 협력할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한데 대부분 기술설명에만 집착할 뿐 시장성이나 상업성에 대한 전략은 수립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 아쉬웠습니다”.

유럽의 중견 제약회사인 입센(Ipsen)의 아시아 담당 임원인 조던 개스(Jordan Gass)의 말이다. 우수한 기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업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요즘 바이오 업계는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회사들은 신약개발이라고 하면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이대로 가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도 있는 위기상황이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바이오 연구자들의 노력 끝에 해외 경쟁기업과의 기술적인 격차는 불과 수년 차이로 좁혀졌고 일부 기술은 차별화된 약물 치료 방법을 제시해 해외 제약회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영국 유전자 분석회사인 카메나 바이오사이언스가 국가별 신약개발 수를 조사한 결과 미국이 1만1455건으로 1위, 중국 7032건, 한국 3386건으로 우리나라가 전체 3위를 기록했다. 4위는 영국(3214건)이었으며 그 뒤를 이어 호주, 독일, 프랑스 순이었다. 역시 ‘대단한 한국(Great Korea)’이다. 정부도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선진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약·바이오 분야 정부지원 연구개발비 지원금 비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성과는 초라하다. 지난 10년간 한국 바이오기업의 해외 라이선스 이전 추세를 보면 2024년 15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해 8조1066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약 10년 전인 2015년 8조2246억원(13건)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며 2021년 14조785억원(37건)을 기록해 최고치를 찍은 이후 수년째 정체돼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의 사업성 결여가 시급한 해결과제다. 해당 기술의 라이선스에 누가 관심을 갖는지 그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어떤 것들인지 그들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 라이선스를 인수하려는 글로벌 제약회사는 목표시장의 크기, 제품 출시시기, 경쟁자 분석, 투입비용 등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한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사업개발 관련된 요인들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보니 협상이 결렬되곤 한다. 기술이 세계 최고(Best in class), 세계 최초(First in class) 수준이라 해도 시장의 미충족 수요가 적거나 약물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된다면 사업적으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연구개발 위주에서 기술사업화를 포함하는 전 주기 지원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초기 바이오벤처의 해외 라이선스 잠재 인수자 물색 및 소통, 공동개발 파트너 발굴, 시장분석 및 기업가치평가와 같은 사업화 역량을 지원하는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있으나 대부분 제조업 중심이다.

수출바우처 사업을 예로 들면 지원 이후 1~2년 내 수출실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해외 파트너링 지원 프로그램은 대형 오프라인 현장 행사의 기업 부스 설치나 참가비 위주다. 이제는 현장에 가지 않아도 화상 미팅으로 네트워킹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바이오 특성을 감안한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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