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HVAC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후죽순처럼 건립되는 AI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키 포인트 중 하나가 ‘열 관리’여서다. HVAC의 공조 시스템은 열을 많이 뿜어내는 서버 등이 대거 장착된 AI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데 최적의 솔루션으로 꼽힌다. 그만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삼성전자의 HVAC 사업 영역이 일반 가정과 중소 빌딩용 시스템에어컨 중심의 ‘개별 공조’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대형 시설용 ‘중앙 공조’ 시장은 다른 회사들 몫이었다. 반도체와 전력기기, 서버 등에서 나오는 열을 원활하게 식히고 빼내려면 개별 공조보다 몇 단계 높은 기술력과 탄탄한 영업 네트워크를 갖춰야 하는데, 삼성에는 이런 기술도, 네트워크도 없었다.
삼성이 찾은 해법은 M&A였다. 지난해 상반기 존슨콘트롤즈 인수전에서 쓴맛을 보자 유럽 1위 HVAC 업체인 플랙트그룹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15억유로(약 2조3000억원)에 세계 최고 중앙 공조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품에 안았다.
플랙트그룹의 강점은 높은 기술력과 탄탄한 유럽 영업망이다. 냉각액을 순환해 서버를 식히는 액체냉각 방식인 ‘CDU’ 기술은 업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데이터센터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DCS 어워드에서 혁신상을 받은 비결이다. 영국 사우스웨스트·미들랜드 데이터센터와 이탈리아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 아랍에미리트 힐튼호텔에 이 회사 HVAC 시스템이 들어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성형 AI, 로봇, 자율주행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용 HVAC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플랙트그룹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플랙트그룹 M&A를 마무리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찾기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 스마트싱스)과 플랙트그룹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항, 쇼핑몰, 공장 등 국내외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영업·서비스를 강화해 종합 HVAC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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