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간병지옥’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국민의 간병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과 관련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간병비 급여화’만 약속하는 건 무책임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사적 간병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1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10년 전(6조5000억원)에 비해 54%가량 늘었다. 요양병원 간병비는 하루 12만~15만원에 달한다. 간병비 급여화 공약이 대표적인 인기 공약으로 부상한 이유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20대 대선과 지난해 총선에서도 모든 후보가 공약으로 내놨다.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이 이미 무서운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내년 건보공단 지출 전망치는 111조8000억원으로 수입(111조5000억원)을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에 필요한 재원은 연간 최소 15조원으로 복지부는 추산하고 있다. 내년부터 간병비 지원이 시작된다면 지출 전망치는 126조8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나며 적자폭은 15조원을 넘기게 된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병원에 지급된 급여액을 뺀 ‘보험료 수지’는 이미 적자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적자가 9조8000억원에 달해 전년(4조9000억원)보다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재명 후보는 국고 지원을 해결책으로 들고 나왔다. 결국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5년간 건보공단에 들어간 국고지원액만 43조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이 간병비 지원에 앞서 요양병원 구조조정부터 강조하는 이유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간병비 지원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타기팅’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정말 의료적인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 다른 종류의 시설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이어 “요양병원 기능 재정립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병비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같은 간이식수술을 하고도 A병원에서는 1년에 10번 찍은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를 B병원에서는 50번 찍기도 한다. 독감에 걸려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에이즈, 매독, 류머티스 검사를 한 종합병원도 있다. 모두 심평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올해 건보공단 차원에서 따로 문제를 제기한 사례다.
건보공단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수압팽창술(오십견 주사) 사례만 봐도 2019년 9억5900만원에 불과하던 급여 지출비는 2023년 97억원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진찰 및 처방할 때마다, 즉 의료서비스 ‘행위’를 할 때마다 이미 정해진 가격을 그대로 지급하는 ‘행위수가제’도 과잉의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의료진이 스스로 불필요한 진료행위를 통제할 유인이 없어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치료 이전에 포괄적인 총액을 미리 산정한 뒤 환자를 보는 묶음지불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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