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치’는 아직까지 수적으로는 열세지만 규모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 부의 세대 전환이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 트렌드를 선도하는 영리치의 자산관리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는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여행지는 제가 관심을 갖는 브랜드를 가진 나라예요. 여행도 하고 그 나라에서 그 기업이 더 발전할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반대로 여행을 하다가 마음에 든 브랜드가 있으면 직접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국 고루 투자해요. 요즘은 앱을 통해 거래가 편해져 해외주식을 더 많이 합니다.“ (40대 여성·전문직)
“코인은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일희일비할 수 없어요. 장기적으로 기술의 발전을 믿고 공부하면서 투자해야지 수익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 저는 꾸준히 스터디 모임에서 배우기도 하고, 코인 발행사의 백서도 읽으며 단기 수익이 아닌 본질에 집중하려고 해요.“ (40대 남성·사업)
영리치 증가 속도 2배 이상 빨라
최근 5년간 하나은행에 10억 원 이상을 예치한 고객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총 인구수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자 고객이 증가한 것은 전체적으로 부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 부자 고객의 연령별 구성비를 보면, 50대 이상(이하 올드리치)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40대(이하 영리치) 이하 비중은 30%를 밑돈다. 하지만 영리치는 최근 5년간 평균 6% 이상 증가해 올드리치보다 증가율이 2배 이상 높았다.
최근 3년간 영리치의 총자산은 평균 60억 원대를 유지했으며, 금융자산은 그 절반인 30억 원대에서 움직였다. 영리치 10명 중 8명이 부동산을 소유했으나 올드리치보다는 소유 비중이 낮았다. 반대로 금융자산은 총 자산의 절반 정도로 올드리치보다 보유 비중이 높았다.
2~3년 전만 해도 영리치는 올드리치보다 투자자산의 비중을 낮게 가져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이 추세가 반전됐다. 최근 3년간 영리치의 투자자산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2024년에는 투자자산 비중이 40%를 돌파해 올드리치를 앞질렀다. 최근 3년간 올드리치가 금융자산의 38~40%를 투자자산으로 운용한 반면, 영리치는 투자자산 비중이 35~42%를 기록했다. 또한 매년 저축자산과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올드리치보다 큰 폭으로 조정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 선호
영리치 10명 중 8명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올드리치보다 1.2배 높은 수준이다. 영리치 4명 중 1명은 소득 활동 전에 주식을 시작했고, 나이를 좀 더 세분화해서 보면 40대의 19%, 30대의 46%가 취업 전 주식을 시작했다고 응답해 나이가 젊을수록 주식을 시작한 시점이 크게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치는 올드리치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다.
주식 네이티브인 영리치는 올드리치에 비해 해외 주식을 더 선호한다. 2023년 주식을 보유한 영리치의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비중이 80대20 정도였다. 이 비율이 85대15인 올드리치보다 해외 주식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24년에는 영리치의 해외 주식 투자가 더 늘어나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비중이 70대30을 기록했다. 올드리치 또한 해외 주식 비중을 80대20으로 높였지만 여전히 영리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해외 통화 중에서는 미국 달러(89%)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달러 외에도 엔화(45%), 유로화(16%), 파운드(7%), 위안화·캐나다 달러·홍콩 달러(각 5%) 등 올드리치보다 더 다양한 외화를 보유했다. 그만큼 글로벌 투자 대상 국가가 확대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42%가 세 종류 이상 코인 보유
영리치의 가상자산 보유율은 금융 상품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올드리치를 3배 이상 앞질러 가상자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영리치는 가상자산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올드리치의 3분의 1이 한 종류의 코인을 보유했고 세 종류 이상을 보유한 비율은 21%에 그쳤지만 영리치는 그보다 2배 많은 42%가 세 종류 이상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는 수익률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매매한다는 응답이 영리치, 올드리치 모두 가장 많았지만, 투자액을 정해 두고 정기적으로 매입한다는 응답의 경우 영리치(20.8%)가 올드리치(10.7%)보다 2배가량 많았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영리치의 인식도 올드리치보다 긍정적이다. 영리치의 31%가 가상자산 투자를 ‘향후 성장 가능성이 커 포트폴리오 확대를 고려할 만한 투자 영역’으로 인식하는 반면, 올드리치는 이 비율이 19%에 그쳤다. ‘단기 수익이 기대되는 관심 있는 투자 영역(18%)’, ‘위험보다 수익의 장점이 더 큰 새로운 투자 영역(14%)’이라는 응답도 올드리치보다 1.6배가량 많았다.
올드리치는 상대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미지의 투자 영역(40%)’, ‘관심이 있지만 시도하기 두려운 투자 영역(39%)’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영리치는 가상자산 투자를 시도해볼 만한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 올드리치는 피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해 향후 투자 방향과 그에 따른 수익률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성 있는 투자라면 대출도 불사
실물자산은 주식, 가상자산과 함께 올드리치보다 영리치의 선호가 더 높은 자산이다. 영리치의 실물자산 보유율은 41%로 올드리치(38%)보다 높았다. 2022년 실물자산을 보유한 영리치의 비율은 29%였으나 투자자산으로서 예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금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기 시작한 2023년에 48%로 급상승했다. 2024년에는 보유 비중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0%대의 높은 관심을 유지했다.
반면 펀드, 채권, 회원권은 영리치 보유율이 올드리치보다 20% 이상 낮아 젊은 부자들의 투자 방법으로 크게 선호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펀드와 회원권은 최근 3년간 영리치의 보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채권은 금융 상황에 따라 매년 보유율이 등락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올드리치에 비해 영리치의 관심이 낮은 상품이다.
영리치와 올드리치는 투자 결정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영리치는 투자 시 외부 조언(29.8%)에 의지하는 경향이 올드리치(32.9%)보다 약했다. 영리치는 외부 정보원을 이용할 때도 올드리치와 다른 패턴을 보였다. 영리치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였으나 올드리치가 의지하는 수준의 0.7배에 불과했다.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 모임 등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거나 투자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 정보를 얻는 비중이 올드리치보다 3~4배 높게 나타났다.
즉, 영리치는 금융기관뿐 아니라 금융기관 외 정보원과도 적극 소통하고, 정보 획득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며 본인의 투자 결정에 확신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영리치는 올드리치에 비해 투자 분야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뒤 투자에 나서고 일단 투자를 시작하면 수익률을 자주 확인하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한다. 특히 가능성이 있다면 대출을 통해서라도 투자금을 마련한다는 응답(21%)이 올드리치(4.9%)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영리치는 투자에 진심이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투자 키워드는 ‘절세’와 ‘글로벌’
2025년 영리치의 투자 키워드는 절세와 글로벌이다. 영리치에게 올해 투자 계획을 물은 결과 ‘수익보다 안정성 추구’(45.5%→40.1%), ‘고위험·고수익 추구’(26.9%→18.6%)는 전년보다 응답율이 낮아진 반면, ‘절세를 고려한 투자’(9.0%→17.4%)와 ‘국내보다 해외를 우선 고려(7.2%→12%)’는 응답율이 상승했다. ‘디지털, 가상자산 등 투자 영역 확장’(1.8%→2.4%)도 응답률이 증가해 투자의 관심 변화가 관찰됐다.
영리치는 부자의 조건으로 자산 규모뿐만 아니라 학력, 직업, 유학 경험 등 사회적 지위나 인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 성향에서도 드러나듯 스스로의 능력을 중시하는 것이다.자신만의 분명한 철학에 기반에 부를 유지하고 확대해 나가는 세대다. 돈을 쓸 때도 합리적 소비를 추구함과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명품도 자연스럽게 소비한다. 앞으로도 이들은 스스로 능력을 갖추고 금융 포트폴리오를 세계적으로 확장시키며 다양한 투자 방식으로 부를 관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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