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식당에 고용허가제(E-9)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허용했다지만 이 주변에서 외국인 직원 고용을 신청한 업주는 보지 못했습니다.”
15일 서울 종로구에서 베트남 외국인 유학생 두 명을 종업원으로 고용 중인 고깃집 사장은 “유학생은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하고, 홀 서빙 등 다양한 일을 맡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며 “대부분 식당이 고용허가제 대신 유학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업계 요청으로 도입된 서비스업 고용허가제가 기대와 달리 사업주에게 외면받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때문이다. 음식점은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업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하고, 풀타임 정규직으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 음식점 평균 생존 기간이 3.6년임을 고려하면 신청할 수 있는 사업주가 많지 않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를 원하는 음식점 대부분은 이제 막 개업해 구인난을 겪는 업체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사업주가 숙소도 직접 얻어주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해야 하다 보니 채용을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호텔 등 숙박업’도 마찬가지다. 숙박업은 성수기와 비수기 채용 수요가 극과 극이다. 연중 풀타임 고용이 의무인 고용허가제 근로자는 기피 대상일 수밖에 없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고용허가제 인력을 직고용하는 것보다 청소 업체에 도급을 하는 편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대체 인력이 많은 상황도 서비스 업체가 고용허가제 근로자 채용을 주저하는 이유다. 외국인 유학생(D-2, D-10 비자)은 학위 수준에 따라 주 30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로만 쓸 수 있다. 풀타임 정규직 고용을 꺼리는 사업주의 선호도와 일치한다.
고용허가제 근로자는 음식점 주방 보조, 숙박업 청소 등으로 업무가 제한돼 있다. 반면 한국어 실력을 갖춘 유학생은 홀 서빙부터 고객 응대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 허가가 2019년 6421건에서 2023년 2만1437건으로 급증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신고 없이 일하는 유학생을 감안하면 허가 건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서비스 업종에서 유학생은 노동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사업주가 늘면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고용허가제를 현실에 맞게 손질하고 ‘산업예비군’으로 자리 잡은 유학생을 노동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유학생 비자를 E-9 비자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금은 유학생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E-9 비자로 변경하는 게 금지돼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한국에 정주시키면 서비스업 인력난을 해소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자국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외국인 유학생이 취업 후 체류 자격을 바꾸는 절차를 간소화했다. 캐나다는 ‘졸업 후 취업비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유학생이 학업을 마친 뒤에도 캐나다에 머물며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독일은 유학 기간 취업을 허용하고, 가족의 경제 활동을 보장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및 정주 지원은 외국인력 정책의 일환”이라며 “유학생이 취업 비자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정영효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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