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예비후보가 17일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광주와 전주를 차례로 찾았다.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도중 같은 방에서 수감생활을 한 박관현 열사의 묘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전주 유세에선 올림픽 유치 공약과 함께 새만금 개발 비전을 내놓았다. 이날 묘역 참배 현장에는 반대 단체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묘역을 나온 김 후보는 옛 광주교도소 터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여기 저도 잠깐 있었던 곳"이라며 계엄 시기 학생과 시민들이 수감됐던 현장을 둘러보며 과거 노동운동 시절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목포에서 광주로 이감돼 오니 교도관이 독방에 집어넣으며 '여기가 박관현이 죽어 나간 데니까 정신 똑바로 해라'고 말했다"며 "매년 박관현 묘소는 꼭 참배한다"고 했다.
이어 "5월 정신은 남을 미워하거나 누구를 공격하는 수단이 아니다"며 "정말 희생 위에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주의가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저에게 고함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이 5월의 아픔을 알겠나"고 직격했다.
김 후보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광주·전북·전남 현장회의도 참석했다. 그는 "5·18 정신 아래 그 어떤 부패도 독재도 있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앞에 보여지는 독재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독재”라며 민주당의 대법관 탄핵 추진 움직임 등을 비판했다. 이어 “이게 민주주의고 5월 정신인가. 이런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바란 것은 아니라고 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승리, 광주 오월 정신 승리를 향해서 모든 것을 다 바쳐 싸울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5·18 묘역 참배 현장에는 김 후보의 방문에 반대하는 단체의 시위도 이어져 긴장감이 감돌았다. 피켓과 구호를 준비한 이들은 "5·18 정신 훼손자들의 방문은 진정성이 없다", "내란 공범은 물러가라"며 묘역 진입로 인근에서 항의했다. 김 후보는 당초 오는 18일 당일 기념식 참석이 예정돼 있었으나 5·18 관련 단체들의 반발로 사실상 참석이 무산된 바 있다.
유세를 마친 김 후보는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전북개인택시조합 간담회에 참석한 김 후보는 택시기사 시절을 언급하며 친근함을 이끌었다. 그는 “아마 역대 대통령 중 저만큼 택시를 많이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여러분들을 제가 잘 모시는 ‘택시 대통령’이 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광주·전주 =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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