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과 문학, 음악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가. 그리고 이런 상호작용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서울대에서는 지난해부터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제목은 ‘아르스 롱가-과학, 음악, 문학의 만남’이다. 과목은 하나인데 교수는 세 명이다. 음대와 자연대, 인문대 교수가 함께 강의를 이끈다. 서울대가 학문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제대로 된 융합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개설한 ‘베리타스(veritas) 강좌’ 중 하나다. 서울대 입학생은 베리타스 강좌를 3학점, 첨단융합학부 학생은 9학점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학부대학 설립은 2023년 취임한 유홍림 서울대 총장의 공약에서 시작됐다. 학문 단위를 초월해 제대로 된 융합교육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노 학장은 “관악캠퍼스 종합화가 이뤄진 1975년부터 학과·학부를 중심으로 대학이 운영됐는데, 지난 50년 동안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50년 전 만들어진 ‘그릇’이 변화된 세상을 그대로 담아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대학을 출범시키면서 ‘교양교육’이라는 개념도 없앴다. 대신 ‘공통교육’과 ‘전공교육’으로 학문 체계를 이원화했다. 그동안 교양교육이 전공에 진입하기 전 지식을 축적한다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의 공통교육은 미래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데 방점을 둔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의 형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노 학장은 “세 명의 교수가 매번 강의 시작 30분 전에 만나 숙의할 정도로 준비가 필요한 수업”이라며 “교수와 학생 간 질의응답이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논쟁이 이뤄지는 것도 수업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노 학장은 “이제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도 적응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하나의 문만 열 수 있는 열쇠가 아니라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만능키’ 인재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학부대학을 출범시키며 인재상도 새롭게 정립했다. ‘도전과 공감으로 미래를 여는 지성’이다.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이유를 묻자 노 학장은 “서울대생은 사회에 나가면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타인에게 공감할 줄 알고, 나아가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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