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고 싶어 1시간 전부터 옥상에 올라왔는데…무섭고 힘들어요.”
지난해 12월 초 밤 12시께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고교생 A양이 옥상 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 같다”는 112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한 박혜빈 순경(30) 등은 현장에 도착한 직후 A양과 대화를 나눴다. 박 순경은 A양의 어깨를 다독이며 차분히 대화를 시도했다.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는 A양을 잘 설득해 파출소로 데려왔다.
박 순경은 능숙한 솜씨로 A양과 일대일 상담을 했다. 병원 응급 입원 조치까지 진행했다. A양은 금세 마음의 평온을 찾았고 집으로 복귀했다. 박 순경이 위기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전국에 몇 없는 ‘위기협상요원’이기 때문이다. 극단전 선택을 막기 위해 특화된 전문 훈련을 이수한 경찰관이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112 신고 건수는 2019년 약 9만 건에서 2024년 11만9000건으로 5년 새 약 32.2% 증가했다. ‘고의적 자해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는 2019년 약 1만3000명에서 2024년 1만4000명으로 약 5.7%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 명당 극단적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28.3명으로 추정된다, 2013년의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 교육을 받은 '위기협상요원'을 지역 단위에서 운영 중인 경찰서는 서초서가 유일하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예방센터’가 운영되지 않는 야간 시간에는 결국 일반 경찰이 자살 기도자를 직접 설득해야 한다”며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각 지역 경찰에 위기협상 전문 인력을 상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주관 기관은 여러 곳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관리 사각지대가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관련 업무는 경찰 뿐만 아니라 소방재난본부, 자살예방센터 등 여러 기관이 나눠 맡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보건복지부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 자살예방센터는 각 지자체가 별도 민간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제로 현장에 가장 밀접한 지구대·파출소에 전문 인력이 최소 두 명은 상시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며 “위기협상요원의 전국적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 예산을 일부라도 경찰에 이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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