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9일 15: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대표급 인력의 이탈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퇴사를 공식화하지 않거나 실제 퇴사까지 일정 기간 텀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펀드 출자자(LP)와의 계약시 명시된 '키맨 조항'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PEF 운용사 대표급 인력인 MBK파트너스의 박태현 파트너, 베인캐피탈의 이정우 대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정익수 대표 등의 퇴사설이 돌았다. 이들 모두 각 운용사(GP)의 핵심 인력들로 꼽힌다.
MBK의 박태현 파트너는 김앤장 M&A 변호사 출신으로 코웨이, 넥슨 등 굵직한 투자 건을 주도하며 딜메이킹 능력을 입증한 인물이다. 한동안 시장에서 그의 퇴사설이 빈번히 돌았지만 MBK 측은 그가 '안식년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베인캐피탈 한국 PE본부의 이정우 대표는 베인의 초창기 멤버로 글로벌 본사에서도 인정받는 핵심 파트너다. 시장에서 그를 두고 숱한 이적설이 돌았지만 한동안 부인해왔다. 그러던 중 최근 내부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출근을 하며 남은 업무를 마치고 있다고 전해진다.
어피너티의 정익수 파트너 또한 현대카드, 락앤락 등 굵직한 바이아웃 딜을 이끈 핵심 인력이다. 2022년 파트너로 승진한 뒤 대표를 맡았지만 최근 퇴사 수순을 밟게됐다. 그 역시 곧바로 회사를 떠나지는 않는다. 어피너티 측은 "(정 파트너가) 개인 사유로 회사를 떠나게 됐지만 연말까지 남은 업무를 처리한 후 임기를 마무리 한다"고 했다.

회사에 사임 의사를 밝히고도 사직 처리가 되지 않거나 일정 기간을 더 다녀야 하는 셈이다. GP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펀드 출자자(LP)와 체결한 정관 때문인 경우가 많다.
GP는 LP에게 출자 제안서를 낼 때부터 핵심 운용인력을 명시하게 돼 있다. 핵심 인력이 빠질 경우 펀드의 운용 성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LP들은 출자를 결정할 때 키맨의 트렉레코드, 평판을 보고 결정한다.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VC)과 달리 PEF는 대규모 자금을 소수의 딜에 투자한다. 특정 파트너의 딜소싱 능력과 협상력이 펀드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표급 인력은 GP가 운영중인 여러 펀드에서 키맨으로 지정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의 이탈 여부는 LP에게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정관의 내용은 계약 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핵심 운용역이 떠날 경우 LP에게 보고하게끔 돼 있다. 특정 기간동안 핵심운용 인력의 퇴사를 아예 허용하지 않는 조건도 있다. 자칫 키맨 이탈 여파로 LP가 캐피탈콜에 응하지 않거나 운용 수수료를 삭감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LP와 사전에 협의된 합당한 퇴사 사유가 있어도 매년 인력이 이탈한다면 이 또한 향후 펀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펀드 신규 투자가 금지되는 수준의 강한 조항도 있다. 예를 들어 ‘지정된 핵심 인력(A, B, C 중 2인)이 펀드 운용 기간 중 이탈할 경우 펀드는 자동적으로 투자 활동을 중단하고, 전체 LP들의 동의를 받기 전까지는 신규 투자가 금지된다’는 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 내 대체 인력을 영입하지 못할 경우 펀드를 청산하거나 LP 환매권이 발생하는 강한 조항도 붙는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퇴사와 관련된 사안은 LP와의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운용사가 이를 쉽게 공식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퇴사 의사를 밝힌 운용역도 형식상 근무 중인 상태로 유지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해외 LP로부터 출자받는 대형 하우스의 경우 정관이 더욱 깐깐해 이 같은 인사 이슈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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