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는 1년 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 챔피언십에서 굴욕을 겪었다. 당시 그는 대회장으로 향하던 중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의 지시에 불응해 체포됐다가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까지 찍은 뒤 풀려났다. 이후 증거 불충분으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아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지만, 셰플러에겐 굴욕으로 남아 있는 대회다.
그런 셰플러가 1년 전 아픈 기억을 완전히 씻었다. 그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홀로클럽(파71)에서 끝난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107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1900만달러)에서 우승했다. 셰플러는 “작년 일은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올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더 달콤한 것 같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이달 초 더CJ컵바이런넬슨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72홀 최저타 타이기록(31언더파 253타)을 세우며 화려하게 시즌 첫 우승을 올린 셰플러는 이번 우승으로 시즌 2승째와 함께 개인 통산 15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 2회 우승(2022, 2024년)을 포함해 통산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1996년 6월생으로 만 28세11개월인 셰플러는 이번 대회에서도 다양한 기록을 이뤄냈다. 그중 하나가 만 29세가 되기 전 PGA투어 15승과 메이저 3승 동시 달성이다.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기록을 달성한 이는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우즈에 이어 셰플러가 세 번째다. 아울러 메이저 3승을 모두 2위 선수와 3타 이상 격차를 벌리며 이뤘는데, 최근 100년 사이 자신의 첫 메이저 3승을 모두 3타 차 이상으로 장식한 선수는 셰플러 외에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가 유일하다.
셰플러는 악조건도 실력으로 극복했다. 특히 난도 높은 홀에서 많은 타수를 잃지 않는 정교함으로 압도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대회장인 퀘일홀로클럽의 16~18번홀(이상 파4)은 난도가 높기로 유명해 ‘그린 마일’(사형장 가는 길)로 불린다.
셰플러는 진흙 논란이 불거지던 1라운드 땐 그린 마일에서 파 2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잃었지만, 이후 사흘간 버디 2개, 파 6개, 보기 1개로 오히려 한 타를 줄였다. 결국 나흘간 이곳에서 한 타밖에 잃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한때 공동 선두에 오른 욘 람(스페인)은 그린 마일에서 무려 5타를 잃고 무너져 공동 8위(4언더파)로 추락했다. 김시우(30)는 공동 8위에 올라 자신의 메이저 출전 역사상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그의 종전 최고 성적은 2021년 마스터스 공동 12위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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