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면 항상 켜두는 앱이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다. 이름도 생소한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들고 나타난 두 기업은 세계 많은 국가 사람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시장 문을 두드리던 두 다윗이 글로벌 업계를 호령하는 골리앗으로 성장하면서 공유경제라는 단어도 구문이 된 지 오래다.이들의 도전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밥그릇’을 빼앗길 위기에 몰린 택시와 호텔업계의 거센 반발을 이겨내야 했다. 각국 정부가 기존 법체계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일도 있었다. 두 회사가 가는 곳엔 언제나 날 선 공방이 뒤따랐지만,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쉽고, 빠르고, 편리한 사용에 소비자들이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다음날 우버는 내년에 로보택시(무인택시)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AI를 활용해 출퇴근 시간대에 필요한 교통수단과 예약 정보를 한 화면에 띄워주는 서비스도 내놨다. 우버의 방점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찍혀 있었다. 다라 코즈로샤히 우버 CEO는 “우린 미래를 내다보며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을 도모한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설정한 AI 시대 생존 방정식은 정반대다. 한쪽은 AI와 대비되는 인간다움에 집중했고, 다른 한쪽은 AI 기술에 올라타는 정공법을 택했다.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지만 공통점은 있다. 두 회사 모두 AI 시대를 미래가 아닌 현재로 규정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공유숙박과 공유차량이라는 각자의 정체성을 과감히 벗어던졌다는 점이다. 과거의 혁신기업이라 할지라도 끊임없는 혁신 없이는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끝없는 혁신의 현장에서 바라본 한국 대선 후보의 TV 토론을 보면서 기괴함마저 느껴졌다. ‘AI 투자 100조원’ ‘AI 인재 20만 명 양성’ ‘AI 3대 강국’ 같은 거대한 담론만 난무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전무했다. 유력 후보들은 ‘국가가 나서서 하면 된다’는 꿈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변죽만 울리다 끝나기 일쑤였어도 적어도 말로는 정부가 혁신기업이 태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겠다고 외치던 과거의 공염불이 그리울 정도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