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는 기업과 고객을 이어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제품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고객의 요구사항을 가장 앞서 처리한다는 의미에서다. 기업의 인상을 결정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콜센터 품질이 기업 평판을 판가름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은 ‘2025년 한국 산업의 서비스품질지수(KSQI)’ 콜센터 부문 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KMAC는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콜센터 부문 KSQI 측정 지수를 개발했다. 올해까지 22년 동안 매년 KSQ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는 48개 산업 부문에서 339개 기업 콜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했다.올해 KSQI 조사에서는 서비스품질 지수가 88.3점으로 안정세를 유지했고, 공감영역 지수는 전년 대비 1.8점 상승한 61.4점을 기록했다. 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는 환경에서도 고객 서비스와 공감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전략적 관리지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KMAC 관계자는 “공감 영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전략적 관리를 통해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KSQI의 변화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의 콜센터 서비스 품질 진화 과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1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수가 87.8점으로 급락했고, 2022년에는 평가영역 개편으로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2023~2024년에는 AI 도입 확산으로 서비스 효율은 향상됐으나 공감 요소는 오히려 하락했다. 2025년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특히 공감 영역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2025년 KSQI의 주요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서비스품질과 공감영역이 모두 상승하며 기술과 감성의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동통신 산업군이 서비스영역에서 95점으로 최고 성적을, 정유 산업군이 공감영역에서 71점으로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둘째, 우수콜센터 선정 비율이 전년 대비 1% 감소한 35%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콜센터 간 서비스 품질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며, 우수콜센터와 비우수콜센터 간 품질 격차는 더 확대됐다. 우수콜센터의 서비스품질 평균은 92.8점으로 상승한 데 반해 비우수콜센터는 84.7점으로 하락했다.
셋째, 기본적인 서비스 품질을 넘어 고객과의 공감 형성이 핵심 과제로 대두됐다. 고객감동콜센터로 선정된 기업이 전체의 3%에 불과한 점은 공감과 소통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 수립이 아직 부족함을 보여준다. 이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인간 상담사의 핵심 역량이다.
넷째, 수신 여건의 중요성이 커졌다. 고객은 빠른 문제 해결을 원하며, 수신 여건은 고객 여정의 출발점으로서 콜센터 본연의 기능인 신속한 문제 해결의 선결 조건이다. AI, 보이는 ARS, 콜봇 등 디지털 기술 확산이 수신 응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국의 우수콜센터’로 선정된 기업은 1년 전보다 9개 줄어든 117개로 집계됐다. KMAC는 서비스품질 영역이 92점을 넘으면 우수콜센터로 지정한다. 92점을 밑돌면 우수콜센터에서 제외한다.올해 비(非)우수콜센터에서 우수콜센터로 전환한 기업은 22개로 우수에서 비우수로 바뀐 기업(31개)보다 적었다. 신규 조사 대상 기업 6곳 중 2곳이 우수콜센터로 지정됐다. 우수콜센터의 서비스품질 평균은 전년 대비 0.4점 상승한 92.8점을 기록했고 비우수콜센터의 서비스품질 평균은 0.2점 하락한 84.7점에 그쳐 품질 격차는 더 벌어졌다.
고객과의 공감 역량을 평가해 선정하는 고객감동콜센터는 10개로 전년(9개)과 비슷했다. 교보생명 한화생명 DB생명 삼성화재 KB손해보험 NH농협은행 삼성전자서비스 기아 HD현대오일뱅크 LG유플러스 등이 포함됐다. KMAC는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서비스 품질 요소에 고객이 상담사와 대화하며 느끼는 공감 지수를 조사해 고객 감동콜센터를 선정한다.
‘수신 여건’ 부문 평균 점수는 전년보다 2점 오른 86점을 기록했다. 상담사 접속성과 연결 소요 시간 항목이 크게 개선돼 고객 응대의 접근성이 향상됐다고 KMAC는 설명했다. 이기동 KMAC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상담사의 문제 해결력과 전문성을 반영한 새로운 평가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상담사의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구조적 개선과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콜센터 상담사 직무 평가와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업무 난이도 반영, 실제 가치 평가 지표 도입, 보상 체계 개선, 직무기술서 개정 등 네 가지 사항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5년 KSQI 조사에서 공감영역과 수신 여건이 모두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고객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상담사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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