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이재명 대선후보를 향한 테러 위협 제보가 쏟아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일찌감치 방탄복을 입고 거리로 나왔으며 유세 현장에는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이후 등장했던 방탄 유리막까지 동원됐다.
지속적인 테러 우려 속에 방탄유리까지 등장하는 이 장면은 그동안 한국의 선거운동 역사에는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정작 경찰에 접수된 이 후보 위협 시도 사건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민주당 선대위가 주장한 이 후보 암살을 위한 저격용 소총 반입과 여러 테러 위협과 관련해 접수된 사건은 0건이었다.
민주당이 대선 경선 때부터 여러 차례 이 후보 테러 위협을 주장해왔지만, 정작 경찰에 직접적으로 수사를 의뢰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각종 언론을 통해 러시아제 저격용 총이 반입됐고, 특수팀이 암살을 기도했다는 구체적인 설까지 제기했던 바라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이재명 후보가 방탄 국회, 방탄조끼에 이어 방탄유리벽까지 세워, 국민을 현혹하며 자신의 범죄와 부도덕성, 부적격함을 가리려 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그는 "민주당은 연일 ‘러시아제 저격총 반입’, ‘특수팀 암살 기도’ 등 각종 설을 유포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장한다"면서 "총기에 의한 암살 위협, 테러 공포를 조장하면서, 왜 경찰 수사 의뢰는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제도를 악용한 방탄 입법을 넘어, 방탄조끼, 방탄유리까지 국민 앞에 드러내며, 공포와 혐오, 갈등을 조장한다"며 "이는 결국 있지도 않은 실탄 테러와 암살 음모론을 자신의 정치적 마케팅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사칭’, '법인카드 유용'에 이어 ‘대통령 사칭’으로 공권력과 공금까지 사적 유용하는 것이냐"며 "수사 의뢰도 하지 않을 정도로 있지도 않은 위협을 명분으로 대통령 행세를 하며, 경찰력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하고 사실상 국민의 혈세인 공금을 사적인 방탄에 유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진성준 중앙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지난 13일 CBS라디오에서 "경찰이 암살 테러 제보 7건을 수사하고 있다. 당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사거리가 2km에 달하는 저격용 괴물 소총이 밀반입됐단 제보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통령 선거를 13일 앞두고 후보자들에 대한 신변 위협이 잇따르자, 경호 체계를 한층 더 강화했다.
최근접 경호는 기존 경찰청 전담 경호팀에 맡기되, 일선 경찰서 형사와 지역 경찰로 2선을, 가장 외곽에는 선거 전담 기동대 6개를 투입해 겹겹이 에워싸는 '3선 경호' 체계다.
테러 위협에 대비해 유세 현장에는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탐지반, 탐지견이 배치되며, 저격 총이나 드론을 감지하기 위한 장비도 대거 투입됐다.
경찰은 경호 태세를 격상하는 동시에 대선 후보에 대한 살해 협박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살해 협박 사건 6건을 수사해 피의자 두 명을 특정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대한 살해 협박 1건도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테러 위협과 관련해서는 아직 유의미한 첩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1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하던 도중 지지자로 위장한 괴한으로부터 왼쪽 목을 흉기로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전에도 정치인을 향한 테러의 역사는 반복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이던 2006년 5월 20일 지방선거 유세 도중 괴한의 습격으로 오른쪽 뺨에 자상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중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상처 부위 수술을 받은 뒤 입원해 있으면서 유정복 당시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대전은요"라며 접전지 대전의 판세를 물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02년 11월 '우리쌀 지키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던 도중 청중이 던진 달걀에 얼굴을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2007년 12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거리 유세하다 승려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 던진 계란에 허리 부근을 맞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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