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온시스템의 올 1분기 성적표를 받아 든 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53)이 어렵게 입을 뗐다. 올초 새 식구로 맞이한 세계 2위 자동차 공조기업의 첫 분기 실적에 너무나 실망했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의 1분기 매출(2조6173억원)은 1년 전보다 8.9% 늘었지만 영업이익(211억원)은 68.5%나 감소했다.
조 회장이 내린 진단과 해법은 두 가지다. 내실보다 외형 확장에 치중한 직전 주인(한앤컴퍼니)과 정반대로 ‘내실 다지기’에 올인하되 연구개발(R&D) 등 미래 투자는 늘리기로 한 것. “한온시스템을 재창업하는 마음으로 뜯어고치겠다”고 조 회장이 선언한 이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와 한온시스템 경영진에게 “지금 바꾸지 못하면 영영 못 바꾼다”며 “지금까지 해온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오늘 당장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에 대한 강도 높은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한온시스템 구조개혁’에 나선 건 최근 몇 년 새 수익 창출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배터리 등 열관리 기술이 중요한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매출은 2020년 6조8728억원에서 지난해 9조9987억원으로 4년 동안 45%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3158억원→955억원)은 69.8% 빠졌다. 이런 기조는 올 1분기에도 계속됐다.
덩치는 커졌는데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수주’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많은 글로벌 공조기업이 설비 투자를 늘린 상황에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불어닥친 여파”라며 “이로 인해 수주 단가가 내려가면서 영업이익을 갉아먹었다”고 말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해외 공장도 실적 추락에 한몫했다. 한온시스템이 운영하는 한국(5곳) 유럽(13곳) 중국(12곳) 북미(11곳) 등 50개 공장 가운데 네덜란드(-1880억원) 체코(-681억원) 멕시코(-626억원) 공장 등 절반가량이 지난해 적자를 냈다.
업계에선 다음 수순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해외 공장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부 해외 공장 가동률은 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진이 좋은 제품과 차세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제품 구조조정’도 뒤따를 전망이다. 조 회장이 강조해온 통합형 열관리시스템과 최신 히트펌프 기술 등이 적용된 제품으로 갈아타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은 세계 1위인 일본 덴소와의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3위 프랑스 발레오의 추격도 뿌리쳐야 한다”며 “위기 돌파를 위해선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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