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달부터 비상경영위원회 가동에 들어갔다. 격주 일요일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 주재로 회의를 연다. 부행장급 임원과 회의 주제와 관련된 부장급 간부들이 모여 토론하는 방식이다. 농협은행이 정기적으로 주말 임원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올초 강 행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지난 18일 열린 첫 회의에서는 순이익 등 1분기 실적을 두고 논의했다. 농협은행은 1분기 554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일시적으로 발생했다는 게 농협은행의 판단이다.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위기감도 고려됐다. 농협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65%로, 지난해 같은 기간(0.43%)보다 0.22%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부터 이환주 행장이 참석하는 주말 회의를 가동했다. 격주 토요일마다 임원들이 참여해 심층 토론을 했다. 이달 들어 정기 주말 회의를 중단했지만 필요하면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임원회의 등을 통해 조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함영주 회장은 계열사 주요 임원이 모두 참여하는 ‘하나가치포럼’에서 정신 재무장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경영기획그룹장이 주재하는 ‘자산 리밸런싱 회의’를 정례화했다. 부실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등 금융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 임원들이 즉시 대응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 비상경영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며 “금융시장 불안감을 키울 변수가 산적한 만큼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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