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바이오사업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을 병행하는 현행 체제로는 고객사와의 이해 충돌 문제를 피하기 어렵고 ‘선택과 집중’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를 통해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영향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한다고 22일 공시했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이날 온라인 설명회에서 “바이오의약품 CDMO와 개발을 한 회사에서 담당해 발생하는 이해 상충 문제가 사라져 각 회사가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오는 10월 1일 출범한다. 같은 달 29일에는 존속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변경 상장하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재상장한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직을 겸임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가능성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 국내외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복 상장’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는 존속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과 신설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교부받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는 9월 2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일시 정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 모두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삼성이 이번 분할을 통해 신약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지주회사 설립 전략은 미국 진단 의료기기 강자인 애보트가 2013년 신약개발부문을 애브비로 분사한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 후 애브비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출시해 2020년 연매출 23조원의 세계 1위 의약품으로 키웠다. 현재 애보트와 애브비의 시가총액은 각각 350조원, 420조원에 달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지주사 로슈홀딩스와도 닮은꼴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로슈홀딩스처럼 기술 도입, 인수합병(M&A),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등 다양한 방식의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에 순수 CDMO 회사로 다시 출발하면서 기존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ADC,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사전충전형 주사기(PFS) 등 신사업 분야 투자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안대규/오현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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