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위한 임무를 하던 중에 이렇게 까지 다쳐야 하나...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우울감이 닥쳤습니다."지난 1월 18일 서울서부지법 사태 당시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은 서울경찰청 소속 이모 경위(34)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방 십자인대와 내·외측 인대가 모두 파열돼 무릎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두 달 넘게 걷지 못했고, 현재도 재활 치료 중이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지난해 다친 경찰관 수가 최근 9년 사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면서 현장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위협 받는 실정이다.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공권력 대항 범죄를 막기 위해 법원의 강도 높은 판결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부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은 작년 11월 9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의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다. 시위대가 접이식 폴리스 라인을 밀고 들어오거나 도로 점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고, 105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일부는 전치 5~6주의 중상을 입었다.

지난 1월 4일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경비 경찰의 무전기를 빼앗아 머리에 던졌다. 이로 인해 피해 경찰관은 왼쪽 이마에 열상을 입었다. 지난 1월 18~19일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로는 이틀간 51명의 경찰관이 다쳤다. 이 중 7명은 손목 인대 파열이나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이들은 지난 1월 1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일 법원 앞 시위에서 경찰관의 정강이를 걷어차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재판부는 방송사 기자를 폭행한 우모 씨와 법원 울타리를 넘어 침입한 안모 씨에게는 각각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서부지법은 한남동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무전기를 던진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울 일선서에서 근무하는 김모 경감은 "법원이 자신들이 피해자일 땐 엄격하게 판단하면서 경찰에 대한 폭력엔 관대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법부가 경찰의 인권과 공무집행의 가치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경찰이 불법 집회·시위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에는 경찰봉(3단봉)과 테이저건, 캡사이신(최루액) 분사기 등이 있다. 그러나 강경 진압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의식해 실제 사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현장 경찰은 진압복, 헬멧, 방패 등 수비형 장비만 착용한 채 시위대를 제지하고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집회는 적극적으로 해산시키고 제포하는 등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사법부의 보다 강도 높은 선고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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