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3일 09: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른바 ‘간보기성 매물’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미들캡 시장을 중심으로 매각 의사를 확정하지 않고 시장 반응을 먼저 떠보는 ‘소프트태핑’(비공식 접촉) 방식의 접근이 성행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M&A 시장이 위축되고 자문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이런 접근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A를 할 때 매도자가 소수의 잠재 인수자에게 간접적으로 반응을 살핀 뒤 매각을 타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도자 측이 직접 잠재 인수자에게 소프트 태핑을 하거나 자문사를 통해 이같은 방식으로 시장 반응을 살펴달라고 하는 식이다. 자문사가 정식 자문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원하는 가격대로 살 인수자를 찾아오는 ‘뱅커스 아이디어’식 접근을 요청한다는 얘기다.
이런 매물은 매각 의지가 불확실한 조건부 매물에 가깝다. 정식 매각 프로세스를 밟기 전 시장 탐색을 충분히 한 뒤 가격이 맞으면 팔고, 그렇지 않으면 조용히 접겠다는 전략이다. 한 PEF 관계자는 "대기업, 상장사 등 일부 민감한 셀러들이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엔 이처럼 매물 아닌 매물들이 시장에 많이 도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문사 간 경쟁 심화도 이런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회계법인, 증권사, 외국계 IB 등 매각 자문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매도자는 한 곳에 권한을 주기보다 복수 자문사에 비공식적으로 요청하거나 인수자를 데려오면 자문 계약을 맺는 ‘조건부 자문 구조’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다보니 자문사들은 실적을 위해 최대한 인수자를 확보해 딜을 만들려고 하게 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자문 계약한 매물이 워낙 없다보니 자문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이 횡행하고 있다"며 "그러다 (자문사에서) 매각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티저를 만들어 뿌리다가 허위 매물로 드러나는 황당한 사고가 빚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M&A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좋은 매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과 성장성이 좋은 유망한 기업은 매물로 잘 나오지 않고, 나온다 해도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기대 가격 차이로 성사가 어렵다는 얘기다. 매도자는 과거 진입단가를 의식해 높은 가격을 기대하지만 매수자는 유동성 약화, 미국발 관세 여파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을 반영해 밸류를 낮추려는 추세여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위축되고 딜이 잘 안되다 보니 내부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막상 매물로 나왔는데 안 팔리면 타격이 크니까 반응부터 살피고 매각에 나서겠다는 식의 유동적인 접근이 느는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PEF들은 "드라이파우더는 소진해야 하는데 살 기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형 PEF 대표는 "시장에 나온 매물 상태가 안좋거나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테크 분야도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고, K뷰티·K푸드 등 소비재 산업은 밸류에 비해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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