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텔코웨어가 자진 상장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모두 매입할 예정이다. 다만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의 44%에 달해 회삿돈으로 상장 폐지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텔코웨어의 금한태 대표는 지난 19일부터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고 있다. 233만2438주를 주당 1만3000원에 사들일 계획이다. 발행주식 총수의 25.24% 수준이다. 현재 금 대표의 지분율은 22.43%다. 계열사 텔코인(6.45%), 특수관계인 성태홍(1.77%) 감사를 포함한 지분율은 30.64%다. 금 대표가 계획대로 233만2438주를 사들이면 지분율은 55.89%로 높아진다.
55%대 지분율로도 상장폐지가 가능한 배경엔 자사주가 있다. 텔코웨어는 자사주 407만6074를 갖고 있다. 발행주식 총수의 44.11%에 달한다. 금 대표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자사주 외 모든 발행주식을 갖게 돼 상장 폐지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소주 주주 권리 침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수 주주가 기대를 밑도는 가격에 주식을 강제로 팔거나, 상장폐지 이후 회사의 대규모 배당에서 소외되는 사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6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태림페이퍼 주식들 3600원에 공개매수한 후 자진 상장 폐지했다. 이후 IMM은 주당 4111원의 고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에 소수 주주는 공개매수 가격이 회사 가치보다 낮다며 반발했고 2019년 법원은 태림페이퍼의 주당 적정 가격이 1만3261원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2019년 4월 한국거래소는 자진 상장폐지 때 자기주식을 최대주주 지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규정이 바뀌기 전 총 발행 주식이 1000주인 회사가 자사주 150주, 최대 주주가 8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예전의 경우 최대 주주 지분과 자사주를 모두 합쳐 950주(95%)의 지분율을 인정해줬다.
하지만 개선된 제도에서는 지분율을 계산할 때 자사주를 발행 주식과 보유 지분에서 모두 제외한다. 전체 주식을 850주로, 최대 주주 지분을 800주로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지분율은 94.1%로 낮아져 상장폐지 기준(95%)을 밑돌게 된다.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매입된 자사주가 사실상 상장폐지 도구로 활용된 셈이다. 2004년 상장한 텔코웨어는 2006년부터 작년까지 수시로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취득목적은 대부분 '주가안정', '주주가치 제고'였다. 하지만 취득한 자사주 515만3119주 중 처분(상여금 등)하거나 소각한 주식은 107만7045주(20.9%)에 불과했다.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져야 실질적인 주주환원 효과가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환원에 인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장 폐지 시점도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다. 최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높아지지만, 주가도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 비율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이 늘어 상장폐지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텔코웨어 관계자는 "거래량도 적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상장폐지를 바라는 주주가 있었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움직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상장폐지는 오래전부터 계획을 한 일"이라고 밝혔다.
공개매수는 장외거래로 분류돼 장내서 거래하는 것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 때문에 22일 텔코웨어 종가는 1만2910원으로 공개매수가(1만3000원)에 근접한 상태다. 상장폐지를 위해 주식을 원활히 매입하려면 공개매수가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공개매수가를 상향할 계획은 없다. 향후 계획은 공개매수가 끝난 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 대표의 공개매수는 다음 달 10일(결제일 12일)까지 진행된다. 금 대표는 응모율과 관계없이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을 모두 매수할 계획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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