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알사탕'이 개봉한다.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알사탕'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백희나 작가와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알사탕'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동명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다.
'알사탕'은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소년 '동동이'의 특별한 하루를 그린 20분 분량의 작품이다.
어느 날, 동동이는 우연히 손에 넣은 마법 같은 알사탕을 통해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고, 이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소통과 따뜻한 연결을 경험하게 된다.
백 작가는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게 처음은 아니다. 영화제를 통해 봤는데, 오늘 제일 감동이 왔다. 새삼스럽게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백 작가만의 풍부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연출, 동심을 자극하는 따뜻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전한다.
백 작가는 동동이 캐릭터에 대해 아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이 고3이 됐다. 동동이가 영화 속에서 그대로인 모습을 보니 굉장히 고맙고 반가웠다. 저는 긴장을 잘 안 하는 데 이상하게 긴장이 되더라"고 말했다.
'알사탕'은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한국 아동문학을 원작으로 제작한 첫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한일 문화 콘텐츠 협업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드래곤볼', '프리큐어' 등 흥행 애니메이션을 다수 제작한 제작진과 '프리 큐어'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가 참여했다.
와시오 타카시 프로듀서는 "원작은 일본 출판사를 통해 추천을 받았다. 처음 읽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그림책이었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클레이 수법이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토리도 훌륭했지만, 단편이라 비즈니스로 성사되기 어렵겠다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만들고 싶었고, 영화제에 출품을 하겠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작품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훌륭한 결과를 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한국에 공개되어서 기쁘다"고 감격했다.
백 작가는 토에이와 협업에 대해 "저도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던 사람이라 토에이에서 만든 역사적인 작품을 잘 알고 있었다. 토에이에서 '알사탕'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기뻤다. 처음 의뢰받았을 땐, 너무 쉬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염려되는 부분을 먼저 말씀드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울러 "저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원한다. CG로 제작하게 되면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잃을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더니 캐릭터를 모델링해서 보여주고, 마음에 든다면 허락해달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
그는 "그런 과정이 1년 정도 걸렸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셨고, 그런 접근하기 좋았다. 원작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충분히 전달됐다"고 말했다. 또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황금 같은 제작진이 뭉친 거라 굉장히 기대됐다"고 덧붙였다.
와시오 프로듀서는 "어린아이 캐릭터를 만들 때 무의식적으로 일본 아이를 만들 것 같아서 충분히 고민하고 한국 아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또 와시오 프로듀서는 "서울 로케이션 헌팅을 다녔는데, 그때 저희가 얻은 인상이 ‘한국엔 참 언덕이 많구나’였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도시 전경이 언덕 위에서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 작가는 "'알사탕'이라는 그림책은 한국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원작의 아이덴티티가 흔들리는 게 아닐지 걱정했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이 말씀 드렸고 제작진께서 한국적인 정서를 잃지 않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알사탕'은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 부문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목표는 상업적인 것은 아니었다. 노미네이션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작을 가지고 애니를 만드신 거고, 좋은 결과,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면 원작자로서 몫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저의 성향 탓인지 모르겠지만 수상보다는 완성도 있게 생각했던 의도대로 어딜 내놔도 자랑스러울 만큼 잘 만들어 냈다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와시오 프로듀서는 "여러 나라에서 상을 받고 아카데미 후보까지 올라간 것에 대해 한국 원작을 바탕으로 일본 기술로 만든 것이 평가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아카데미 노미네이션이 되고 LA에 가서 여러 관계자와 인사를 했다. 선생님이 굉장히 유명한 분이셨다는 걸 알게 됐다. 스튜디오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여러분들이 와서 악수를 했다. 그 덕분에 저희도 좋은 대우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와시오 프로듀서는 '알사탕' 이후 한국 원작의 작품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웹툰 원작이다. 시작 단계라 완성되어 여러분이 보시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걸릴 것 같다"며 "저는 일본, 한국 관계없이 좋은 작품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정교한 작화와 한국 그림책 특유의 감성이 결합하여, 동서양 정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알사탕'은 오는 28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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