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이달 초 ‘기술차별화로 미래를 만들어갑시다’라는 제목으로 전 임직원에 이메일을 통해 보낸 메시지다. A4용지 반쪽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기술’이라는 표현은 무려 16번이 담겼다. 정 사장은 기술 차별화에 대해 "경쟁사들이 따라 하기 어렵거나 아직 개발하지 못한 독특한 기술로 제품을 차별화해 고객에게 독보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이 전직원에게 차별화된 기술 확보를 강조하고 나선 건 거세지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서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은 기술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사장은 "기술 차별화를 위해선 고객의 니즈를 읽고 경쟁사의 움직임도 면밀히 파악한 후 최적의 기술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전사 각 조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BOE, CSOT 등 중국 기업들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뒤 지난해부터 한국이 선점해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등 한국 기업의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출하량)은 49%에 그쳐 사상 처음으로 중국(49.7%)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올해는 경쟁 환경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중국 IT기업들이 자국산 OLED를 채택하고 있는데다, 한중간 기술격차도 더 좁혀지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스마트폰 내 한국산 OLED 패널 사용 비중은 2021년 79%에서 지난해 16%로 크게 낮아졌다. 중국과 한국간 기술력 차이는 1~2년 차이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탠덤 OLED 등 고성능 OLED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 개발로 우위를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특허정보 분석업체 페이턴트피아에 따르면 탠덤 OLED 분야에서 LG디스플레이의 미국 공개 특허수는 308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미국, 중국 등 5개국 특허청에 출원된 LTPO OLED 특허 출원 건수도 649건으로 1위 기록했다. 올초엔 가장 높은 휘도(밝기)인 4세대 OLED TV 패널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최대 휘도가 직전 세대 대비 33% 증가한 4000니트(1니트는 촛불 한 개의 밝기)를 달성한 것.이를 통해 올해 연간 흑자 목표 달성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고부부가치 제품 중심 체질 개선을 통해 지난해 4분기 831억원대의 영업이익으로, 1년 만에 분기 기준 흑자를 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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