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예금이 ‘가장 안전한 예금’을 내세우며 빠르게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 들어 은행권에서 25조원 넘는 저축성 예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우체국 예·적금으로만 3조4000억원가량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이 빚어낸 ‘머니 무브’(자금 이동)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융권에선 오는 7월부터 우체국에서 은행 업무가 가능한 ‘은행 대리업’이 본격 시행되면 ‘금융 공룡’으로 성장한 우체국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예금의 지난해 총수신(예·적금 등) 잔액은 87조3410억원이었다. 1년 새 우체국 계좌로 이동한 자금만 4조원이 넘는다. 2023년 연간 증가액은 1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수신 잔액을 비롯해 대출 자산, 유가증권 등을 포함한 총자산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자금 유입 속도가 더 빠르다. 한국은행 자금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넉 달 동안 우체국예금의 수신 잔액은 3조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우체국예금은 지난해 183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흐름대로라면 올해 처음으로 순이익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체국예금이 주목받는 것은 ‘예금 전액 보호’라는 특징 때문이다. 현재 5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호받는 민간 금융사의 일반 예금과 달리 우체국에 맡긴 예금은 우체국예금보호법에 따라 정부가 한도 없이 예금 전액을 보호한다.
특히 작년부터 상호금융권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객들이 우체국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새마을금고는 전국 1288곳의 단위금고가 부실 논란에 휩싸이며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일각에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제기됐을 정도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에서도 대규모 자금이 이탈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전체 수신 잔액은 전년 대비 4조9287억원 줄었다. 새마을금고(3조5453억원), 신용협동조합(3조7314억원)의 예·적금 증가 폭도 우체국예금을 밑돌았다.
다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편의점, 대형마트에 은행 대리업을 추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체국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공룡이 된 우체국예금의 덩치가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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