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국방부가 약 4500명의 병력을 철수해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선택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는 미 육·해·공군 병력 약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 방안은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지 않았으며 정책 검토를 진행 중인 고위 당국자들이 논의하는 여러 구상 중 하나다.
미 국방부는 보도 당일 사실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다음 날 한국에서 논란이 벌어지자 “사실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션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 겸 선임 보좌관은 23일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어 공약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철통같은 우리의 동맹을 유지하며 강화하기 위해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의) 다음 정부 당국자들과 협력할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부도 이날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한·미 간에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방부가 현재 중국의 위협 대응을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주둔 전력의 재배치 전략을 수립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도 동원하는 것을 전제로 전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군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에 집중하고, 북한 이란 등은 해당 지역 동맹에 최대한 맡긴다는 전략 지침을 수립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5일 “한국은 중국 앞에 떠 있는 항공모함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어떤 방식으로든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 분쟁에 관여할 것이고 한국 정부도 이를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 감축을 막기 위해 제정한 국방수권법(NDAA)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석을 점하고 있고, 국방수권법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강제성 없는 권고 조항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염두에 두고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한·미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최종 타결했지만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한·미 동맹의 결속이 약화했다고 오판할 신호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배성수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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