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대장주 테더는 코인시장 비중이 4.1%다. 비트코인(54.0%) 이더리움(11.9%)에 이어 3위지만 무게감은 남다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통화’, 다시 말해 화폐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어서다. 미국에선 스테이블 코인을 중앙은행(Fed) 연방예금보험공사(FIDC)와 함께 미 통화감독청(OCC)이 감독하는 입법이 마무리 단계다. 그 밖의 코인은 기본적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관할이다. 이 같은 ‘통화성’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을 여타 가상자산과 분리해 감독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전 세계 스테이블 코인의 98%는 달러 기반이다. 쌍두마차인 테더(USDT)와 서클(USDC)도 달러 코인이다. 두 코인의 점유율은 85%에 달한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시장의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했다. 결제 과정이 매우 간편해서다. 국경 간 송금이 빠르고 수수료가 작다는 강점을 바탕으로 실생활에서도 급속히 확산 중이다. 24시간 연중무휴에다 높은 수수료도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은행계좌가 없는 지구촌 20억 명에게 금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아프리카 남미 등 통화가치 변동성이 큰 국가에선 테더로 피신하는 사례가 넘친다. 테더 사용이 일상화한 아르헨티나는 외환시장이 이원화돼 비공식 민간시장과 정규시장의 환율 격차가 50%를 웃돈다.그렇다고 100% 안전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코인회사들이 유동성의 대부분을 투입하는 미 국채마저 안전도 100%는 아니기 때문이다. 국채를 팔 수조차 없는 극단적 위기 국면이 주기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2년 전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줬다. 급속한 금리 인상 여파로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채운 미 국채 가격이 급락하자 36시간 만에 55조원이 탈출했다. 당시 서클은 1코인당 0.88달러까지 추락하는 ‘디페깅’을 겪었다. 코인 사업자의 도덕성 이슈도 만만찮다.
“트럼프 취임으로 미국 내 분위기는 180도 반전”(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됐다. 미래 화폐로서의 잠재력, 미국 국채 수요처, 전통 금융권의 새로운 사업 기회 등이 주목받으며 부각하고 있다. 테더 한 회사가 지난해 미 국채 매입액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 말 테더와 서클이 보유한 미 국채는 1283억달러어치로 한국(1249억달러) 독일(1114억달러)보다 많다. 국제금융시장 파워 측면에서 웬만한 국가 못지않다는 의미다.
적잖은 나라가 이런 우려를 공유한다. 유럽연합(EU)이 대표적이다. 역내에서 통용되는 스테이블 코인은 유럽 내에서 준비자산을 쌓도록 강제하는 가상자산포괄규제법(MiCA)을 작년부터 시행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일정액 이상 늘지 못하도록 한도도 정했다. 중국도 본토에서 스테이블 코인 사용을 금지한다. 다만 무역결제 시 역외 위안화와 연동한 달러 코인이 일부 활용된다.
하지만 원화 코인은 ‘대체화폐 허용’과 같은 중대 변화이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수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실효성도 논쟁적이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경쟁력이 취약한 원화로 코인을 만들어 통화주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기재부 등 주무부처는 자칫 혁신 금융·기술의 발목을 잡느냐는 비판이 나올까 봐 몸을 사린다. 혁명적 기술을 활용하면서 원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통화주권을 지켜내는 솔로몬의 지혜를 위해 머리를 맞댈 때다.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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