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5일 원·달러 환율이 33원70전 오른 1467원80전까지 상승하며 전날 하락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 정부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공포가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밀어 올린 결과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9일 1484원10전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12일(1496원50전) 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 들어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루 10원 이상의 큰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이달 23일엔 1375원60전에 거래를 마치며 작년 11월 4일(1370원90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무역 갈등이 완화 국면에 접어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대미무역 흑자국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결정했고, 특히 이달 중국과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했다”며 “이후 이어진 한·미 양자 간 무역 협상에서 원·달러 환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무역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환율이 1390원대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원화 가치의 과소평가를 이끈 정치적 불확실성이 탄핵 심판으로 제거된 데다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도 이전보다 누그러졌다”며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 하단을 1360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90일로 설정했기 때문에 협상 진행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도 “다시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고 해도 1430원이 한계선”이라고 덧붙였다.
서 위원은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에 따라 달러당 원화 가격이 연말까지 1400원을 기준으로 10~20원씩 오르내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분쟁이 완화되고 미국과 한국의 무역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내려가는 것은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350원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이 장기화해 미국 경제가 침체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원·달러 환율은 올해 1450원을 넘기기 어렵다”며 “환율 상승을 기대하고 달러를 매입했을 때 단기 차익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이 5%도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위원은 “작년 12월부터 경험한 1450원 안팎의 원·달러 환율은 분명히 과도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계속 줄고 있어 한·미 무역 협상에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출 현실적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이에 원·달러 환율이 올 2분기 말께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겠지만 오르더라도 1420~1430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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